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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아이’ 안달이 아이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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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아이’ 안달이 아이 망친다

입력
199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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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학습 거부감/만능 교육→소질발견 방해/암기 강요→창의력 억제/다양한 체험 하도록 유도해야『우리 아이는 똑똑하게 키워야 할텐데』 자녀교육에 욕심이 많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것이 영재교육. 돌도 안된 유아에게 지능계발프로그램을 들이대거나 영재학습교재라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구입하는 것이 예사다.

그러나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는 안달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 4∼5세미만의 아이에게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면 학습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으며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시키는 「만능교육」은 아이의 소질과 흥미를 발견할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돈을 주고 산 영재학습교재 가운데는 암기를 강요하여 창의성을 억누르는 경우마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석희 연구원은 『요즘 많이 활용하는 문자카드는 더 많은 지식을 외우게 하는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과제집착력 논리적 확산적 사고등 더 중요한 요소들을 기르는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특히 문자카드로 글자를 배우는 데 비판적인 그는 『부모들은 한글을 빨리 익히면 그만큼 책을 많이 읽고 똑똑해진다고 생각해 2∼3세만 돼도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사실 한글독해능력과 책을 좋아하는 것은 전혀 별개』라고 말한다. 아이 스스로 문자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억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그는 『대신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권한다.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동화책만 고집하지 말고 과학, 역사서적 등 다양한 책을 읽히는 게 좋으며 이해능력이 있다면 어려운 개념까지 설명해줘도 된다. 『머리좋은 아이들이 오히려 반복학습을 싫어해 글자 배우는 것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너무 많이 가르쳐서 학교에 보내면 공부에 흥미를 잃기 쉬우므로 글자쓰기는 학교에서 배울 몫으로 남겨두라』고 권한다.

아이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아이를 망치는 일 중의 하나. 아이가 멍하니 있으면 「빨리 무언가를 하라」고 재촉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이 시간동안 혼자서 생각하고 궁리하게 된다. 따라서 창의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자유시간을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대 방승진(수학과) 교수는 『바둑과 조립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창의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바둑을 하면서 수를 세거나 장난감을 조립하면서 공간구성력을 기를 수도 있는데 이런 능력은 수학을 잘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영재연구원 김효숙 이사장은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비싼 교재가 아니라 다양한 체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자기 수준에 맞는 과제』라고 말한다.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는 것과 같이 활동을 통한 학습은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도와준다. 또 흥미있는 일을 할 때 과제집착력이 가장 높아진다고 설명하는 그는 『아이가 싫어하는 학습을 해야 할 때는 쉬운 것부터 가르치면서 서서히 흥미를 유도하라』고 일러준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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