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척 슬프다. 오랫동안 믿고 의지하던 여자친구가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은 많이 겪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친구를 배웅하기도 했고 한국인 친구가 유학을 떠나 이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의 상실감은 유별나다. 그 친구가 없는 한국은 내게 전혀 다른 나라로 느껴진다.그에 대해 세세히 밝힐 필요는 없지만 한가지는 소개해야겠다. 그는 교포이다. 즉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그는 자신이 프랑스인임을 강조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적인데 익숙했고 문화와 풍습을 잘 알고 있었다. 프랑스에 살때는 한국의 문화유산이나 전통등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 나온 다음 한국적인 것에 급격히 빨려들었고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언젠가 기사를 쓰기 위해 그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매스컴에 나서는걸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나에 대한 호의의 표시이기도 했겠지만 아마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무언가 얘기하고 싶었던듯 하다.
그는 한국을 좋아하면서도 프랑스인인데 자부심을 가졌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노란 얼굴의 그를 프랑스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프랑스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특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가 뛰어난 프랑스어실력과 당당한 학위를 갖고도 대학에서 강사자리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은 『얼굴이 프랑스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한국인들의 편견때문이었다.
나는 프랑스에 20여년간 살았지만 무엇이 「프랑스인 같은 얼굴」인지 모른다. 프랑스에는 백인도 있고 흑인도 있으며 아시아인도 있다. 얼굴색으로 프랑스인을 구별하지 않으며 얼굴색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다. 아마 단일민족인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지 모른다.
내 친구가 한국에서 가장 견딜 수 없어한 부분이 바로 「얼굴색을 따지는 풍토」였다. 그는 한국인들이 단일민족임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타민족이나 타혈통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와 존경심을 가져주기를 간절히 바랐었다.<형사정책연구위원·프랑스인>형사정책연구위원·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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