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조기처리’ 金 대통령 지시 맞춰 현대 ‘직격탄’ 발사/독과점법 개정 등 아직 걸림돌많아현대그룹이 22일 「기아자동차 인수의지」를 공식화하고 나섬으로써 기아자동차에 대한 삼성과 현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의 발표는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부실기업처리방침 조기확정」지시와 이에따른 정부의 구체적인 작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같다. 기아를 놓고 현대 삼성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산은 출자후 공기업화」라는 당초 정부방침의 변경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현대의 발표는 사실 기아자동차에 대한 그룹 고위관계자들의 의중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정몽규(鄭夢奎) 회장은 그동안 공사석에서 『기아자동차가 삼성으로 온전히 넘어가도록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때만 되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것』을 밝혔었다.
현대가 정작 이날 발표를 통해 기아인수를 공식화하고 나선 것은 우선 김대통령의 「부실기업 조기처리」지시와 정부의 작업이 구체화하고 있는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산업은행 출자전환을 통한 공기업화라는 정부의 기아해법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와 함께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주자는 의도를 담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과 포드의 전략적 제휴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대의 전격적인 발표배경이다. 삼성자동차는 이대원(李大遠) 부회장이 직접 나서 포드측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중이다. 현대가 기아문제에 계속 물러서 있을 경우 「삼성포드, 이에따른 포드삼성기아」구도가 고착될 수 있고 이 경우 현대는 자동차분야에서 삼성이라는 전혀 원치않는 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이날 발표는 우선 삼성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자 인수될바에야 삼성보다는 현대』라는 것이 기아의 정서다. 더구나 삼성은 물밑에서 은밀히 추진해야 하는반면 현대는 내놓고 나설 수 있다. 삼성 자동차에 대한 정부쪽 시각은 여전히 차다. 자칫 자동차사업에 대한 삼성의 「중대결단」을 몰고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기까지는 적지않은 걸림돌들이 있다. 우선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점유율 60%를 넘지 못하도록 한 독과점 관련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자동차사업 강화를 위한 현대의 대대적인 사업포기도 뒤따라야 한다. 현대그룹내 대주주간 자동차부문 업무조정도 숙제다.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19일 현대자동차이사로 등재한 데이어 이날 발표가 그룹의 주도로 이루어진 점이 주목된다. 삼성그룹이 22일 그룹설립 60주년이라는 점에도 재계의 시선이 모아진다.<이종재 기자>이종재>
◎현대 관계자 일문일답/“오래전부터 검토해와 신주증자분 인수 유력”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22일 『정부당국에 기아자동차 인수의사를 최근 전달했다』며 『인수방식은 신주 증자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정부, 채권은행단, 기아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부터 기아자동차 인수를 추진해왔는가.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 기아자동차의 자력갱생을 기대했으나 현재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신정부도 기아 처리를 빨리 하라고 하지 않는가』
정부나 채권단과 기아자동차 인수를 위해 사전에 협의했는가
『최근 정부 당국에 통보했다. 채권단은 모르겠다』
인수 추진배경은.
『자동차업계 현실상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수 밖에 없다. 신정부의 대기업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안다』
인수방식은.
『기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보다는 신주 증자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무는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사례를 참고할 방침이다』
기아자동차나 포드와도 협의했는가.
『아직 기아자동차 법정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아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인수가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는가.
『전혀 관련없다』<이종재 기자>이종재>
□정부·삼성·기아 반응
◎정부/신중한 입장속 “기아처리 영향 미칠것”
정부는 현대의 기아자동차 인수추진방침에 대해 평가를 유보한 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측으로부터 어떤 협의나 통보를 받지않은 상태』라며 『아직까지는 현대그룹의 희망사항이외의 의미부여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기아등 부실기업을 조속히 정리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도 현대카드의 유용성이 거론되고있다는 점에서 현대와의 공식접촉을 시작하면서 정부측 입장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 출자전환등의 방식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어렵다는 현실론이 최근 상당히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기아처리방향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삼성/“현대문제일뿐… 車사업 예정대로 진행”
삼성그룹은 현대그룹의 기아자동차 인수의사 천명에대해 『현대 자체의 문제일뿐이며, 삼성의 자동차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특별한 반응을 자제하는 태도. 삼성은 그동안 기아자동차 인수전략을 담은 내부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돼 파문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론 기아 인수의사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꾸준히 기아에 눈독을 들여왔으며 최근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직접인수가 어렵자 포드와의 합작형식을 통해 기아를 인수하기위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는 이전에도 기아자동차 인수의사를 밝힌바 있다』며 『현대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시장독점적 인수합병을 허용하지않겠다는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게 아니냐』며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배정근 기자>배정근>
◎기아/“현대라면 해볼만” 상대적 우호감 표출
기아는 현대의 기아인수추진을 공식적으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반기는 눈치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의사타진이나 제의는 전혀 없었다』면서 『제3자인수 불가에 대한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외적인 반응과는 달리 내부의 입장은 상대가 현대라면 해볼만 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경영진들은 자력회생에 전력투구하고있으나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론, 삼성에 대한 반감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기아가 제3자매각된다는 상황을 전제로 『현대와 삼성을 놓고 저울질해야한다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차원에서 당연히 현대를 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조쪽도 고용조정에 대한 문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현대카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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