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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밝힌 特調室 새벽까지 긴박/권영해씨 철야조사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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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밝힌 特調室 새벽까지 긴박/권영해씨 철야조사 이모저모

입력
1998.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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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씨 꼿꼿한 자세 조사응해… 설렁탕 식사/소환대비하다 “구속 불가피” 듣고선 당혹/새벽 집나와 배회중 吳制道씨에 변론요청/검찰 ‘최대한 예우’ 車 3대 동원 언론 따돌려국가정보기관의 오랜 정치공작 관행이 마침내 단죄대상에 올랐다.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이 조사를 받고있는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21일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권 전부장이 장시간 조사로 피곤한 상태에서도 비교적 꼿꼿한 자세로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전 부장은 오후 7시30분께 수사팀과 함께 김치찌개와 설렁탕으로 식사를 했다.

권 전 부장은 정확히 20일 오후 3시45분 검은색 승용차 뒷좌석에 깊숙이 몸을 묻은채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 수감자들이 사용하는 통로와 지하엘리베이터를 통해 곧바로 특별조사실로 올라갔다.

평소에도 수사관계자이외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5∼6평 크기의 특별조사실은 권 전 부장의 「선배」인 장세동(張世東) 전 안기부장을 비롯, 안현태(安賢泰) 허삼수(許三守) 허화평(許和平) 이석채(李錫采) 한이헌(韓利憲)씨 등 「거물」들이 거쳐간 곳이다.

검찰은 비록 권 전 부장의 범법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라 해도 국가정보기관의 전직 최고책임자라는 점을 감안,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 미리 서울시내모처로 검사 2명을 보내 검찰관용차에 옮겨 태운뒤 승용차 3대를 동원한 연막작전으로 언론노출을 막았다. 조사팀도 남부지청 황병돈·이상호 검사외에 신상규(申相圭) 형사5부장을 보강, 격을 높였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장소를 지청에서 본청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권 전 부장은 적어도 한나라의 안보를 담당했던 중요한 분』이라며 『만약 미국 CIA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의 최고책임자가 같은 상황이었어도 그에 걸맞은 예우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권 전 부장은 이날 새벽 5시께 부인, 비서관과 함께 서울 송파구 가락동 Y아파트 자택을 나섰다. 아파트 경비원은 『권 전 부장의 다른 가족은 5∼6일전 지방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권 전 부장은 검찰 관계자와 만나기 전까지 4∼5시간동안 시내를 배회하던 도중 오전 9시30분께 공안검사 출신인 오제도(吳制道) 변호사에게 전화해 변호를 부탁했다. 오변호사는 『12일에도 권 전부장이 찾아와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부하들이 검찰조사를 받게 된 것을 가슴아파했다』고 말했다.

권 전 부장은 며칠전 변호사와 법률검토를 하며 소환조사에 대비했으나 19일 밤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의 「구속불가피」방침을 전해듣고 당혹해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날 아침부터 긴장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서울지검 남부지청 김원치(金源治) 지청장은 권 전부장이 「무사히」 서울지검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온그린(On Green)이 안된 상태에서도 공을 넣을 수 있다』며 입을 열었다. 권 전 안기부장에 대한 수사를 골프에 비유, 이미 사법처리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표현이었다. 한편 박일룡(朴一龍) 전 안기부1차장 역시 현재 서울 강남구 개포동 H아파트 자택에서 외부출입을 삼가며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정진황·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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