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權寧海) 전안기부장에 대해 검찰이 선거법위반등의 혐의로 곧 구속영장을 청구하리라고 한다. 권 전부장에 대한 실정법상의 가벌성 여부 판단은 사법당국의 소관이지만 전직 안기부장이 재직시절의 문제로 사법처리되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우선 검찰은 권 전부장이 재미동포 윤홍준씨의 김대중후보 비방 기자회견 공작을 배후조종한 혐의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외에 권 전부장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북공작문건」의 작성 유출에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앞서 안기부는 20일 새벽 권 전부장의 신병을 확보, 자체 감찰조사를 진행했고 검찰은 자진출두 형식으로 그를 인계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권씨는 새 정부가 북풍공작에 대해 수사의 고삐를 죄어오자 이를 무산시킬 의도로 이미 구속된 이대성 전해외조사실장을 통해 극비문건을 유포시켜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런 사람이 국가의 최고 정보책임자였다니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들은 자신들의 반국가적 비위 추궁을 모면하기 위해 국기(國基)를 뿌리째 흔들 수도 있는 극비정보를 볼모로 잡았다. 또 내용까지 변조하면서 면죄흥정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이 과연 국가의 최고정보를 취급할 자격이 있는지 자질부터가 의심스럽다.
적어도 제대로 된 정보업무 종사자라면 자신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가는 것이 직업적 윤리다. 또 그래야만이 제대로 된 국가의 정보원이라 할 수 있다. 국가안보를 다뤄야 할 정보원들이 정권안보를 위해 사병(私兵)노릇을 한 사실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져야 한다. 가증스럽게도 이들은 새정부가 이를 추궁하려 하자 공작문서 내용까지 변조, 협박하면서 수사중단을 획책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최고통치자의 명령까지 무시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특히 안기부에 엄정중립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음습한 공작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원이기를 포기한 이들의 행위를 엄벌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차제에 국가정보망 재건과 북풍공작 전모를 밝히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두번 다시 이런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언론계를 비롯, 모든 국민은 북풍공작의 진실을 밝히는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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