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기산업과 효과적인 연계 통해 車 성능 극대화 시켜야”세계에서 제일 큰 자동차회사가 제너럴 모터스(GM)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GM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반도체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정부관료나 경제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오늘의 일본 자동차가 있기까지에는 히타치, NEC, 미쓰비시전기, 니폰 덴소와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전자회사들이 밑거름이 됐다는 것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벤츠나 BMW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도 지멘스, 헬라, SGS톰슨, 보슈같은 세계적인 반도체및 자동차 전자부품 회사들과 협력해 신차를 개발하고 있다.
21세기 자동차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기계공업에 의한 제품에서 기계와 전기·전자공업에 의한 제품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21세기 자동차의 주요 기계장치는 전기·전자장치로 대체될 것이며 이러한 전자장치들은 자동차 성능을 더욱 극대화할 것이다. 95년형 벤츠 S클래스의 경우 이미 48개의 마이크로 컴퓨터가 장착돼 있으며 96년형 BMW700 시리즈는 차값의 35%가 전기·전자장치에 관련된 비용이다. 선진국 중형 승용차의 경우 마이크로 컴퓨터가 약 20개, 첨단센서 30여개, 모터류가 40개이상 쓰이고 있다. 특히 와이어 하네스(전선묶음)는 1,500개이상 들어 있는데 이를 길이로 환산하면 약 1.8㎞에 이른다. 전기·전자시스템의 가격비율은 96년 기준으로 1대당 평균 26%에 이른다. 2000년에는 이 비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에 장착되는 주요 전자장치들은 대부분 수입이거나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생산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엄청난 자본과 연구인력을 투입, 전자부품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6년 20여개에 불과하던 세계 자동차부품 관련 반도체회사가 96년에는 100여개로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따라서 우리도 자동차를 세계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켜야 할 것이다. 작금의 국제통화기금(IMF)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과잉·중복투자가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고유모델을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한지 30여년만에 자동차 생산 세계 5위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2000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를 연간 5,500만대로 추정할 때 자동차 산업이 우리 산업을 대표하려면 생산능력을 세계시장의 10% 수준인 500만∼600만대 정도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시장에서 우리 자동차 보호를 위해 목소리도 낼 수 있다.
아직도 자동차가 기계공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1세기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면 매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지금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섣부른 구조조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까 두렵다.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은 10년 또는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쟁은 좋은 차 만들기의 필수조건이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경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오늘의 빅3로 건재할 수 있는 것은 100년 가까운 기간에 피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독일의 벤츠도 BMW와의 경쟁이 없었다면 오늘의 명차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치열하지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룰의 집행과 함께 전략적인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 그리고 반도체산업을 효과적으로 연계·지원해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자동차공학>자동차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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