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에 「구다라나이」라는 말이 있다. 하찮다 시시하다는 뜻이다. 원래는 「구다라(백제)」와 「나이(없다, 아니다)」가 합쳐진 말이라 한다. 훌륭한 백제문물이 많이 전래되던 오랜 옛날 백제것이 아니면 좋지않다는 뜻으로 쓰였다. 구다라는 고급 외제품 또는 외래문물의 대명사였던 셈이다.일본 나라(奈良)문화재연구소는 지난 12일 나라현 후지이(藤井)시 구다라노오테라(百濟大寺) 터에서 9층탑 기단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학자들은 한 변이 30m나 되는 이 자리에 있던 탑의 높이를 90m 정도로 추정한다. 건축가들은 30층 빌딩에 해당하는 이 거대한 목조 건축물을 어떻게 지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다라노오데라는 일본 조메이왕(舒明天皇)이 서기 639년 쇼도쿠(聖德)태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착공한 왕립사찰이다. 가람의 배치가 부여에서 발굴되는 백제 옛가람들과 똑같은 것만 보아도 백제 도래인들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백제 승려 혜총(惠聰)은 쇼도쿠의 스승이었다.
이 발굴이 있기 며칠 전에는 인근 아스카(明日香)촌의 기토라 고분에서 아시아 최고(最古)의 성수도(星宿圖)가 발견돼 일본열도가 떠들썩했다. 성수도는 602년 백제 승려 관륵(觀勒)이 처음 가져왔다고 기록에 나와 있는데, 이번에 같은 장소에서 관륵의 이름이 적힌 목간도 발굴됐다. 7세기말에 축조된 이 무덤의 주인이 백제왕족 선광(善光) 또는 그 아들이라는 설도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일본의 해 기념전시회에 출품된 일본 국보 백제관음도 백제 작품이다. 작가 앙드레 말로는 생전에 일본이 국보중의 국보로 아끼는 이 관음상을 보고 『만일 일본열도가 침몰해 한 가지 비상반출이 허용된다면 서슴없이 백제관음을 택하겠다』고 평한 바 있다. 구다라나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제 알겠다. 외국에서 이런 말이 다시 생겨날 때는 언제일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