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외채 극복을 위해서는 수출 증대와 외자 유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수출은 원화절하로 인한 국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지난 몇달간 순조로운 상향세를 타고 있고, 외자 유치는 정부 스스로가 외국인 투자에 걸림돌이 되던 규제를 걷어내는 작업에 앞장서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절차의 단순화, 제도적 규제의 철폐 같은 외적인 요소는 지난 몇달간 눈에 띄게 선진국 수준으로 바뀌고 있지만, 외형의 변화에 걸맞는 개방의식과 정신의 개혁은 아직 후진국 수준임을 고통스럽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외환, 금융 위기 이후 모든 사람들이 「절약」 「국산품 애용」을 외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국산품과 외제의 이분법적 구매 성향이 슬그머니 정착되어 질이 좋고 값이 싸도 외제라면 배척받고, 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도 국산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허탈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수입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과 겉만의(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외제배격은 이제 제발 좀 바뀌어야 한다. 외제차 소유주들이 수난을 당하고, 기름도 제대로 넣고 다니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민주 경제사회인가. 우리가 벤츠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을 백안시하면서 독일 사람들보고 우리의 현대나 대우차를 사달라고 과연 요구할 수 있겠는가. 이미 미국, 유럽등지에서 「반한국산 제품」과 반덤핑 규제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은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잊어버린 국산품 애용운동의 결과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경제개혁보다 어찌 보면 더 중요할 수 있는 개방 의식에 대한 정신 개혁과 올바른 소비행태의 계몽이 요구된다. 근검 절약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덕목이며 실천이 요구되는 가치이지만, 경제의 국경이 사라진 21세기에는 우수한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제대로 된 교육이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당당한 개방의식과 제대로 된 경제의식이 이 경제난국을 이겨내는데 필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필립모리스 코리아(주) 사장>필립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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