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핵심부 “음모적 냄새 난다”/“안기부는 빠진채 정치권·일부 언론 연루시켜”/감찰팀 북풍 진실 접근시점 터져 ‘구세력’ 의심여권 핵심부는 안기부 문서 파동을 「음모의 소산」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이인제 후보진영은 물론 김대중 후보측도 대북 접촉을 했다는 내용이 문서에 들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선거때마다 북풍으로 타격을 입은 피해자인데도 마치 연루자처럼 변색된 대목에는 심상치않은 복선이 개재돼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문희상 정무수석은 18일 『안기부 구세력이 자신들의 구명을 위해 「물타기」작전을 구사한 흔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정당국의 고위 인사들도 『문서에 안기부의 북풍공작이 거의 없는데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안기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종찬 부장 직속의 내부감찰팀이 안기부 구세력의 북풍공작 내막에 접근하는 시점에 이 문건이 흘러나왔다』며 배후 및 의도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 등 안기부 구세력이 정치권을 북풍의 공모자로 끌어들여 북풍공작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내부조사 및 수사의 수위를 조절하려 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는 문서의 잔여분에 대해서도 『음모적 냄새가 나는 내용들』이라고 전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공개 안된 문서에 보수적인 특정신문과 잡지의 대북접촉, 일부 언론인의 북풍연루 대목이 들어 있더라』며 『언론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문서를 보고 있노라면,「우리에게 숨겨놓은 파일이 있으니 적정한 선에서 북풍조사를 멈춰 달라」는 안기부 구세력의 호소가 들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는 역풍이 몰아닥친다 해도 북풍조사의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 어정쩡하게 북풍조사를 중단하면, 그야말로 『북풍공작은 정치권과 안기부 모두의 책임』이라는 역의 논리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국민에 안기부 기밀이 흘러나온만큼 아예 과거 정권의 북풍 커넥션을 포함, 우리 사회의 북풍음모세력을 뿌리뽑자』는 적극론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정당국은 조만간 문서유출자인 이대성 전안기부 해외조사실장, 이를 전달받은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 등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서파동의 전말, 문서내용의 진위를 정확히 조사하고 그 결과, 문서내용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왜곡됐다든지, 문서유출에 안기부 구세력의 불법성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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