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서도 작품성 인정한 ‘준비된’ 화단스타/장돌뱅이 처럼 발로 뛴 마케팅 화란여왕도 작품구입바젤, 쾰른, 파리미술견본시(FIAC)등 유럽 각종 아트페어의 인기작가, 미국 화랑에서 연속 3번 초대전을 갖는 작가, 최근 3년간 해마다 20만달러(약 3억원)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작가.
양화가 고영훈(46)씨의 수식어는 화려하다. 하지만 그는 벼락 스타가 아니다. 발로 뛰어 자신을 마케팅하지만 다른 무엇도 아닌 「작품」으로만 승부수를 던진다. 「준비된」 스타. 작품가격 시비로 미술계가 술렁이는 요즘 고영훈씨의 성공담은 더욱 값져 보인다.
최근 네덜란드미국간 초호화여객선 「홀란드아메리칸 라인」은 고씨의 작품을 네 점 구입했다.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이 그의 작품을 두 점 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곳 화랑의 개인전 제의가 이어졌고 얀 반데르 토드 뮤지엄 전시회도 결정됐다.
9월에는 뉴욕 마리사들레화랑에서 세번째 전시가 있다. 미국 유수화랑에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제의하는 것은 그만큼 작품성을 인정했다는 얘기이다. 네덜란드 프란스자콥스화랑 전속작가로 현지의 아트페어에도 참여한다. 7월에는 5년만에 서울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전시회를 갖는다. 국제적인 마케팅감각이 뛰어난 가나화랑을 통해 해외에서 폭넓게 알려진 점도 있지만 그의 상품성은 스스로 뛰어 만들어낸 것이다. 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대표작가로 참가한 그는 작품슬라이드를 들고 현지에서 화랑문을 두드렸다. 『장돌뱅이처럼 막무가내로 세일즈하고 다녔다』. 서울로 돌아와 작품 세 점을 보냈는데 그는 곧 개인전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화랑측에서는 『1년 내 작품이 모두 팔리면 개인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3개월만에 작품이 다 팔렸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 알랭 브롱델화랑과 연결됐고 이곳을 거점으로 런던, 암스테르담등의 화랑과 인연을 맺게 됐다. 93년 1만달러(50호 기준)였던 그의 작품가격은 유럽에서 명성이 쌓이면서 차근차근 올라가 현재 1만6,500달러에 판매된다.
외국의 콜렉터들은 『어디에서도 같은 작품을 본 적이 없다』는 말로 그의 작품수집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 독창성 역시 하루아침에 얻은 것은 아니다. 홍익대 졸업 무렵 극사실로 무위자연을 의미하는 「돌」을 그렸고, 긴박한 사회분위기를 감지하면서 신문 위에 돌을 그렸다. 기호의 상징체인 신문이나 책을 바탕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문명과 역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 생명을 상징하는 깃털, 사람의 흔적인 낡은 장갑 같은 것을 그려 넣었다. 진짜 책표지와 그려진 사물이 묘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 그 긴장감에는 원근법이 무시되는등의 기발한 「눈속임」이 숨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여느 극사실작품이나 초현실작품과 사뭇 다르다.
『제주 출신인 나에게 서울은 하나의 활동무대일 뿐이다. 그래서 해외로 나갈 생각을 일찌감치 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그림 좀 팔린다고 안주했더라면 지금 그의 모습은 달라졌을 것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고영훈은 누구
·제주출신 홍익대졸
·86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 작가
·유럽아트페어 인기작가
·미서 연속 3회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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