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포항제철 주총에서 김만제 회장등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새 경영진의 인선을 박태준 자민련 총재에게 위임, 대통령의 내락을 얻어 이미 후임자를 내정했다고 전해진다.포철은 직원수 2만명, 조강 2,643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2위의 제철소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몇개 안되는 기업중의 하나다. 또 국민주 형태로 지분이 고루 분산된 「국민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초우량기업이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수뇌부 교체라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가뜩이나 지금은 IMF 국난을 맞아 기업경쟁력 제고가 국가의 지상과제인 비상시기가 아닌가.
포철 창업자격인 박태준씨가 김영삼 정권의 핍박을 받아 몰락했기에 정권교체후 소위 「TJ사단」이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포철은 정부가 경영권을 쥔 공기업이면서, 외국인 지분이 25%에 달하는 국제기업이다. 이번 개편에 대해 국내외 주주들이 「TJ의 한풀이」니 「정치바람」이니 하며 반박할 경우 어떤 논리로 납득시킬지 궁금하다.
물론 김영삼 정부가 발탁한 현 경영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철강과 직접 연관없는 계열사를 17개나 거느리고 수천억원대 국내외 부동산을 보유하는등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받아야 할 점도 많다.
그러나 포철이 5년마다 한번씩 수뇌부를 갈아치우는 홍역을 치르면서 온전히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산업의 쌀」을 공급하는 포철이 흔들리면 자동차 조선등 중공업 전반에 연쇄파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포철 경영진 교체의 당위성을 분명히 밝히고, 포철에서 정치색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주주와 국민에게 확고한 믿음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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