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의 농협물류센터는 농산물 거래에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는 「팔도쌀 직거래장터」에는 전국 165개 미곡처리장에서 온 쌀들이 색색의 포장에 담겨 손님을 맞고 있다. 20㎏ 부대당 최고 6,000원이나 차이가 날만큼 값도 제각각이고, 자기고장 쌀을 사 달라는 아가씨들의 애교 경쟁도 치열하다. 게시판에는 어떤 쌀을 언제까지 할인판매한다는 광고가 적혀 있다. 판매실적이 좋은 쌀에만 상설직판장을 내주기 때문이다.물류센터내 「하나로클럽」은 24시간 연중무휴로 농수축산물, 유기농산물, 가공식품류를 두루 갖추고 가정배달까지 하는 창고형 직판장이다. 농협조사부에 따르면 다른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요즘 전남 해남산 배추를 포기당 400원에 수집하여 1,500원에 팔고 있지만, 「하나로」는 500원에 사서 1,000원에 판다고 한다. 직거래로 농민이 100원, 소비자가 500원 득을 본다는 얘기다. 또 고구마·감자 등은 5㎏짜리 박스로, 통배추는 3개들이 꾸러미로 각각 소포장 판매하고 있어 장터바닥에 쓰레기를 거의 볼 수 없는 깨끗한 농산물시장이기도 하다.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또 여권의 민생안정대책회의는 2000년까지 전국 12개도시에 물류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존립 근거를 재검토해 볼 때가 됐다. 농유공은 농수축산물의 수매·수입 비축과 수출진흥 업무를 맡은 공기업으로 30년 이상 많은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농산물수입이 대부분 개방돼 수급조절 기능이 약해졌고, 공기업 민영화가 오늘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과거 농협은 생산자단체이면서 금융업에 치중, 경제사업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 농협이 유통개선에 힘을 쏟고 있으니 양 조직의 자연스런 기능통합을 고려해 볼 만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