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적·비대중적인 89년 첫 시도와 달리 펑키·록·블루스와 국악 선율이 융해한 ‘불림소리 2’ 발표김수철(41)이 9년만에 「불림소리」의 맥을 이었다. 어느덧 20년을 바라보는 국악공부의 현재 답안이다. 우리 고유의 소리는 지금 거리의 대중음악 장르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삼성뮤직).
「야상」 「회상」 「회한」 「행로」 「에필로그」등 짧게는 5분, 길게는 12분 짜리 5곡으로 이뤄져 있다. 대금 아쟁 철가야금등 국악기와, 콩가 신디사이저 시퀀서 프로그래머등 첨단 양악기가 어우러져 우리 선율을 자아낸다. 총 연주시간 36분.
앨범의 속뜻을 육성으로 직접 설명하는 「에필로그」가 이색적. 『신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유혹좌절인내극복, 그리고 신을 만난다는 거죠』 그러나 그가 신, 아니 국악을 만나 여기 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91년 앨범 「작은 거인」. 기타 신디사이저 피아노 드럼등 전형적 록에다 피리 철가야금 해금등 국악기를 나란히 등장시켰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록의 색채가 강해, 「김수철=로커」라는 등식은 여전히 유효해 보였다.
사실 국악에의 탐구는 89년, 이미 천명해 둔 바였다. 피리 아쟁 대금등 국악기를 전면에 내세웠던 그해의 5부작 「불림소리」. 덕택에 제11회 대한민국 무용제에서 그는 작곡상, 「툇마루무용단」은 대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불림소리1(89년판 불림소리)」과의 연계 아래 파악될 때, 의미가 잡힌다.
「불림소리1」은 관현악적 신디사이저 음악을 위주로 한 비대중적 음악의 형태였다. 정명훈·박범훈등 동·서양악의 대가들이 앞다퉈 음악간의 만남을 추구하던 추세에서, 무용계로부터의 현실적인 요청이 불을 당겼던 것이다. 추상적 무용반주 음악이었으므로 대중의 관심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불림소리2」는 대중음악을 염두에 두고 국악의 변용을 시도한 작품. 펑키, 록, 블루스와 국악적 선율이 시종일관 융해돼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작품은 펑키국악이면서, 록국악이고, 또 블루스국악이다.
「불림」이란 새 것을 불러낸다(invocation)는 의미이기도, 늘려간다(증식·확대)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불림소리2」는 「불림소리1」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위치하면서, 계속 번식돼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악에 대한 자각은 80년 프랑스 청소년영화제에 출품할 음악을 준비하면서, 우리 음악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불에 데이듯 통감한 뒤에야 이뤄졌다. 이후 국악에 눈뜬 그에게는 서울올림픽 엑스포등 국가적 행사는 물론, 각종 드라마·영화음악과 대학강의등 일감이 쇄도하고 있다. 그는 『「불림소리」는 계속 이어갈 평생작업』이라 한다. 『동·서양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국악관현악단이 궁극의 꿈』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 우리 소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해답없는 질문에 그는 들려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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