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티스트 폴 사이먼의 브로드웨이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그가 제작자겸 곡을 맡아 브로드웨이의 마커스극장 무대에 올린 뮤지컬 「케이프맨(Capeman)」이 28일 공연을 끝으로 서둘러 막을 내리는 것이다. 1월29일 개막한지 꼭 2개월, 총 68회 공연이다.「사이먼 앤드 가펑클」로 명성을 날린 사이먼이 제작하고, 흥행사인 드림워크스등이 1,100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입한 「케이프맨」은 당초 큰 관심 속에 막을 올렸다. 루빈 블레이스, 마크 앤서니등 초일류 배우들이 출연하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데릭 월코트가 가사를 맡았다. 사이먼 개인으로서는 40년 무대인생을 총결집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절한 실패. 대대적 선전에도 불구하고 개막부터 비평가들의 혹평이 잇따르더니 관객의 외면으로 끝내 「강판」을 하게 됐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패인은 시대를 앞선 실험성이다. 사이먼은 자신의 전공인 현대 팝뮤직의 브로드웨이 접목을 시도했는데, 보수적인 브로드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브로드웨이의 쟁쟁한 감독인 마크 모리스도 사이먼이 원하는 작품성을 소화하지 못해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제리 잭스로 전격 교체되고 말았다.
잘못된 소재 선택도 원인이었다. 40년전 발생한 「힐스 키츤」사건을 틀로 한 「케이프맨」은 백인소녀 2명을 살해한 푸에토리코 출신의 갱을 주인공으로 그렸다. 사이먼의 의도는 「라틴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남아공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그레이스 랜드(Grace Land)」이후 관심사인 이민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엘콘도르 파사」때부터 내재된 라틴서정에 실어 무대에 펼쳐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 논란이 이어지고 피해자의 가족들이 극장 앞에서 공연반대 시위를 벌이는 소동을 빚어 꿈을 접어야 했다.
제작진의 1명인 댄 클로레스는 지난 주말 「케이프맨」의 조기퇴장 결정을 전하며 『여러가지 면에서 선구적 시도였던 이 뮤지컬에 대한 평가가 언젠가는 새롭게 내려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