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필름마켓 참가 국내업자 저가 구매 나서/계약 거의 없었지만 배급업체들 값 낮출듯IMF 체제가 외국영화수입가에 깊숙하게 스며 있는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매년 2월말 미국 LA 근교 산타모니카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필름마켓(AFM)은 프랑스 칸(5월), 이탈리아 밀라노(10월)마켓과 함께 3대 영화견본시로 꼽힌다. 세계 각국의 영화들은 이곳에서 대부분 팔려나가고 우리나라의 외화수입도 거의 이곳에서 결정된다.
지난주 끝난 AFM에서 한국은 세계 각국 수입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느 해보다도 한국의 구매실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마켓에 등록한 한국회원은 37개 영화사, 111명이었던데 비해 올해는 달랑 6개 회사, 11명이었다. 큰 손이었던 국내 대기업의 발길이 끊어졌고 중소 수입전문업체들이 전부였다. 그나마 수입업자들이 워낙 낮은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구매계약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의 중소수입업자들은 환율상승과 관객격감을 이유로 지난해에 비해 약 60∼70% 내린 가격을 요구했다.
일본에 비해 3분의 1정도 되는 관객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값에 수입했던 한국영화시장이 이처럼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자 LA타임스등 미국 언론은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할리우드를 강타하고 있다』며 당황해 했다. 세계 7대시장의 하나로 할리우드의 든든한 수입원이었던 한국시장이 몰락하자 제작비 확보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한때 대기업들의 경쟁적인 외화수입으로 국제영화시장의 봉으로까지 꼽히던 한국영화계는 IMF 구제금융 이후 점차 거품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력배급사인 뉴라인시네마의 모든 영화에 제작비 6%를 대는 조건으로 연간계약을 했던 대우영상사업단은 지난해에는 4%, 이번 AFM 기간에는 다시 2%로 낮췄다. 미국 뉴리젠시사, 맨델레이사와 비슷한 조건으로 계약했던 삼성, SK 등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투자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화 수입업자들은 『경제위기를 눈으로 확인한 외국의 배급업체들이 앞으로는 낮은 가격에 영화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들이 원하는 선에서 가격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직배사에 영화를 넘기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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