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의 부도는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대학이 부도를 낸 일도 처음이지만, 많은 대학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는 늘 공급보다 훨씬 많았으므로, 지금까지 대학들은 안정된 시장을 향유해왔다.대학들이 맞은 어려움의 원인은 크게 보아 둘이다. 하나는 외재적 요인이니, 우리 사회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대학들의 처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환차손이 큰 짐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다른 하나는 내재적 요인으로 대학들이 비효율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대학들에 비해도 그렇고, 우리 사회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도 그렇다.
외재적 요인이야 피하기도 어렵고 대학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대학들이 맞은 경제적 위기를 살피려면, 내재적 요인을 더 깊이 살펴야 할 것이다. 왜 우리 대학들은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경영되어 왔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데는 먼저 「교육은 특별한 것으로 경제법칙만으로 다룰 것은 아니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긴요하다. 교육은 학교라는 기업이 학생들이라는 고객들에게 지식을 파는 일이다. 따라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특질은 그것이 상업활동이라는 점이다. 교육이 사회의 존속과 번영에 중요하다는 점이 그런 사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가리키는 것처럼, 교육은 실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은 높은 수준의 지식을 파는 기업이다. 따라서 그런 상업활동에 걸맞는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대학이 파는 지식이 특수한 재화고, 대학의 규모가 크고,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므로, 대학 조직은 현대적이고 탄력적이어야 한다. 실정은 반대다. 중세 서양에서 동업조합으로 출발한 대학은 아직도 그때의 봉건적 모습을 많이 지녔다. 자연히 대학 조직은 너무 낡고 굳어서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대학의 조직이 그렇게 원시적이고 비탄력적이라는 사정은 대학들이 정부소유 기업들이거나 재단법인들이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정부소유 기업들이 비탄력적이고 비효율적임은 널리 알려졌다. 민법에 따라 설립되는 재단법인은 상업활동에 적합한 조직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소유한 대학들은 민영화하고 사립대학들은 대기업에 걸맞는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조직이 현대화하고 효율적이 되어야 대학의 경영이 효율적이 될 수 있다. 주식회사가 아닌 대기업이 열린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대학들이 그런 처방을 따르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고등교육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는 하도 엄격해서 규제가 심한 우리 사회에서도 그것만큼 심한 규제를 받는 시장은 없다.
정부는 각 대학들이 생산할 제품의 종류와 양을, 곧 학과들과 정원들을, 자세하게 정한다. 물론 정부는 그런 제품들의 가격도, 곧 등록금도, 엄격히 통제한다. 그래서 대학들은 어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어져도, 그 생산라인인 학과를 폐쇄하지 못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나와도 그것을 이내 공급하지 못한다. 여러해에 걸쳐 교육부 관리들에게 설명하고 로비를 해야 비로소 생산에 대한 허가가 난다. 그렇다고 고객들을 마음대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정부가 미리 정한 시험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학생들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대학의 최고경영자는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자리를 차지하고 유지할 수 있다. 그가 대학의 생산성을 높였느냐 아니냐는 그의 임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렇게 철저하게 규제된 시장엔 경쟁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경쟁이 없는 시장에선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일 까닭도 없고 방법도 없다.
따라서 이번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대학이 스스로 개혁을 하기전에 정부가 고등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 이번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규제에 있다는 사실은 거듭 강조되어야 한다. 실은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라 대학이 안은 문제들은 거의 모두 지나친 규제에서 나온다. 교수임용에서 나온 부정도 따지고 보면 엄격한 규제에서 나온 일이다. 만일 대학이 다른 기업들처럼 발전된 조직을 가졌다면 그런 부정이 나올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의 어느 기업에서 사원들을 새로 뽑을 때 이사나 부장이 후보들에게서 몇천만원의 뇌물을 받는가?
심한 규제는 경쟁을 없애고, 경쟁이 없는 곳에선 혁신과 발전이 없다. 우리 대학교들이 맞은 경제적 위기를 살피는 사람들이 먼저 새겨야 할 것은 바로 이 평범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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