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정국 경제살리기로 돌려/토론 통해 정책결정·개혁에 가속도위기에 놓인 「(주)한국」의 이사회가 11일 처음 열렸다. 「신임 대표이사」인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첫 경제대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 경제개혁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취임초부터 국무총리 인준공방과 북풍 수사로 흐트러진 정국흐름을 본격적인 경제살리기로 다시 돌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대통령은 또 첫 회의부터 관료적 절차와 격식을 깨고 난상토론과 즉각적인 정책결정등 파격적인 회의진행방식을 도입, 파란이 예상된다. 이날 회의는 부처 실무자들이 만들어준 실무협의안을 장관들이 모여 통과시켜 주던 경제장관회의와는 진행방식이 완전 딴판이었다. 실무협의 없이 장관들이 자기 부처에서 마련한 정책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증을 받도록 한 것이다. 비상경제상황을 감안, 실무협의를 거치는 시간을 단축하자는 뜻이지만 장관들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가 망신을 살 수 있게된 것이다.
김대통령은 개회발언을 통해 『이 회의는 지시나 보고하는 곳이 아니라 자유롭게 소신껏 토론하는 장이며 가장 유익한 결론을 도출, 국무회의에 보고,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됐지만 설익은 정책은 언제든지 기각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봉균 정책수석은 각 부처가 제시하는 정책방안은 단지 「제안」 수준이며 최종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날 회의에서도 잘 나타났다. 강수석은 노동부가 제시한 「금융소득에 대한 실업세 부과」 방안을 예로 들며 『법률개정사항인데다 세제전반에 걸쳐 검토해야 할 점이 많아 결정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금융소득에 이자를 부과할 경우 금리하락을 방해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의는 또 경제위기상황을 감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책결정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강수석은 회의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엔 법안 하나를 개정하려 해도 1∼6개월동안 국·과장급의 실무협의를 거쳐 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됐으나 경제대책조정회의는 실무협의를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개혁과 정책조정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책구심점으로 부상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참석자들의 난상토론으로 진행됐지만 김대통령이 가닥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김대통령은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반감의 문제점, 재벌개혁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 필요성등 회의진행에 대한 화두를 던져놓고 참석자들의 아이디어를 구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와관련, 강수석은 『김대통령의 말씀은 신중하고 분별있게 하시는 것으로 관련부처가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참석자들의 제안을 단순한 「제안」으로 분류했던 것과 달리 김대통령의 발언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밝혔다.
경제대책조정회의의 도입으로 경제장관들은 이제 특정 부처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부처이기주의적 정책, 김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설익은 정책 등을 내놓았다가는 토론과정에서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앞으론 김대통령의 경제철학과 의중, 경제흐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된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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