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치권·재벌·공무원 고삐풀려 제몫찾기 몰두/행정공백도 장기화 조짐/외환위기 아직 살얼음판/신용도는 정크본드 수준/중·인니 등 복병도 많아12일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로 접어든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 국민경제 회생의 기미는 보이는가. 금리는, 환율은 어떤가를 점검해 본다.
◆우려되는 국민경제 붕괴
IMF 프로그램은 고금리 고실업 고물가라는 3고의 고통을 가져왔다. 거품을 빼고 체질을 개선하라는 것이지만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 자칫 국민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량기업의 흑자도산으로 산업기반이, 고실업과 고물가로 가계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정부의 리더쉽 약화로 이어져 정부 기업 가계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98년 평균차입금리가 20%고 매출감소가 3%인 경우 환차손을 제외한 30대 그룹의 경상손실액이 자기자본의 26.4%인 18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이 2년이상 지속되면 대부분의 대기업이 자기자본을 잠식해 산업기반이 붕괴된다.
또 산업활동 위축과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실업대란이 현실화 한데다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수입물가를 치솟게 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올들어 2개월 사이에 4.1% 급등했다. 경제문제에서 사회·정치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율불안→고금리 고물가 지속→국내투자위축 및 연쇄도산→실업증가→성장잠재력 약화 및 사회정치불안→내수위축→자본유출→환율불안 가중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국민경제가 침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개혁
IMF 프로그램은 저주이면서 동시에 축복이다. 엄청난 고통을 강요하고 있지만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호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호기를 못살리고 있다. 개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고 있고 정치권은 주도권 다툼에, 재벌은 반개혁 논리개발에, 공무원들은 자리보전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도 개혁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환부를 도려낼 경우 실업과 금융혼란 등 후유증과 기득권층의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 1월의 노사정 대타협시 보여주었던 새정부의 자신감은 벌써 퇴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제일·서울은행 출자와 부실재벌에 대한 협조융자는 양대 부실인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정리를 지연시키면서 도덕적 해이까지 유발하고 있다. 게다가 새정부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금융개혁과 실업대책 역시 추경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외국기업은 한국의 개혁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한국을 떠나고 있다. 자칫하면 「논의만 무성하고 실천은 하지 않는 나라」로 낙인찍혀 만년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외환위기는 해소됐나
일단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위기는 넘겼다. 외환위기의 방패막인 가용외환보유고는 IMF와의 협상타결 전날(지난해 12월2일) 60억달러에서 한때 39억달러까지 줄었으나 10일 현재 199억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IMF 150억달러, 세계은행(IBRD) 30억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30억달러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금 211억달러와 지난해 12월이후 3개월 연속된 경상수지 흑자 덕분이다.
그러나 신규차입난이 해소되지 않는 등 외환위기는 살얼음판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국가신용도가 투자부적격의 정크본드 수준에 머물고 있고, 올해 상환해야 할 외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외채조정 로드쇼가 순조롭게 끝나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240억달러중 200억달러이상이 만기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올해 상환해야 하는 장기외채의 부담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올해 상환만기인 장기외채는 금융기관 115억달러를 포함, 기업 95억달러 등 210억달러 이상이다. 더구나 중국 위안(원)화의 평가절하 가능성,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 인도네시아 사태악화시 55억달러규모의 채권 회수지연 등 많은 복병이 숨어있다.<김경철·정희경 기자>김경철·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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