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한 서면감사는 환란의 최종책임자가 대통령일 수 밖에 없다는 「상식」을 확인하는 절차다. 관료집단의 정책실패와는 별개로 국정최고책임자의 책임여부를 가리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그간 청와대경제수석실등 관계기관과 강경식 전경제부총리등 관련자 조사로 사실관계가 밝혀진 이상 굳이 전직대통령을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승헌 감사원장서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최종책임자의 답변과 입장천명이 요구된다는 사정을 감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4월 경제청문회등 정치상황에 대한 고려도 스며있다. 서면감사가 완충제 구실을 할 수 있고, 답변에 따라 증인출석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등의 예상 변수도 어느 정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서면감사에 관해 『장황할 정도로 많은 양의 질문을 던졌다』고 밝혀 김전대통령 관련 의문이 총망라됐음을 시사했다. 한보 기아사태 처리과정은 물론 지난해 10월말이후 각기관 보고내용, 외환위기 인지시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요청의 공식논의 시점 등이 질의에 포함됐다.
감사원은 이중 공식보고라인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공식라인이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비공식보고를 통해 환란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아 국가기강 차원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김전대통령의 보고접수 과정은 ▲지난해 11월7일 김인호 전경제수석 보고 ▲11월10일 강전부총리와 김전수석의 IMF 지원요청 추진보고 ▲11월12일 윤진식 전청와대비서관과의 독대 ▲11월14일 IMF 지원요청 최종결재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과 11월19일 IMF 지원요청을 발표하려던 방침을 돌연 변경한 경위등도 이번에 속시원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 세간에 알려진 김전대통령의 안이한 경제위기인식 등도 이번 답변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전대통령으로서는 이미 특감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서면감사를 통해 과거를 일단락짓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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