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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을 흔들지 말라/강석진 서울대 교수(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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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을 흔들지 말라/강석진 서울대 교수(발언대)

입력
1998.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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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스티컵 축구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졸전끝에 일본에 2대 1로 패배하자 모 일간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IMF사태로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는 지금 2002년 월드컵 대회 개최권 반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을 실었다. 우리가 월드컵 개최권을 반납하여 일본이 단독으로 개최하게 되면 일본에 월드컵 특수가 일어 일본 경제가 살아나게 되고 그것이 곧 수출을 촉진하여 우리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된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이 제안은 국민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개인간 관계에서 신용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도 한 국가의 신용은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IMF사태의 원인도 한마디로 말하면 국제신인도 추락에 있다. 2002년 월드컵이 4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월드컵 개최권을 반납한다면 우리 국제신인도는 더욱 추락할 것이고 겨우 진정국면에 있는 외환위기도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또 일본은 월드컵을 개최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면서 어째서 우리 경제는 죽는단 말인가. 일본의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월드컵 특수를 일으키는 것이 더욱 쉽고 빠른 방법이 아닌가.

월드컵 경기장 건설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어느 거물 정치인은 신설 월드컵 경기장들이 적자 투성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며 월드컵의 거품을 빼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잠실 야구장이 애물단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울에 국제 규모의 축구전용 구장이 들어 서면 프로축구경기의 활성화를 통해 얼마든지 흑자를 낼 수 있고 그 만큼 한국축구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이미 대다수 국민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결정된 일을 「IMF경제논리」를 내세워 손바닥 뒤집듯이 한순간에 바꾸려고 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발상이며 월드컵을 현재 경제위기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또 다른 「정치논리」일뿐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구 논리」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그때 한번 신나는 굿판을 벌이고 걷어 치우겠다는 낭비적 발상이 아니다. 월드컵 개최는 우리나라가 여러면에서 몇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며, 월드컵 경기장 건설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인프라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현재의 IMF사태처럼 사정이 어려울 수록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는 과감히 결행해야 한다. 만일 단기적인 어려움때문에 월드컵 개최와 축구전용구장 건설을 포기한다면 몇년 후엔 우리 모두 뼈아픈 후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지금은 노력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라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다가오는 2002년에 멋진 월드컵을 치를 수 있도록 단합해야 할 때다.<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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