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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대 예식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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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대 예식이 는다

입력
1998.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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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낮시간 피해 당사자·하객 모두 여유/예식장들도 할인 혜택번거로운 낮시간을 피해 저녁에 혼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결혼 3년째인 정석연(32·회사원) 오정흠(30)씨 부부는 96년 6월의 평일 어느날 하오 7시를 골라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예식을 치렀다.

평소 점심시간에 허둥지둥 결혼식장을 다녀와야 했던 것을 못마땅해 하던 양가부모들이 『여유있는 시간을 정하자』며 저녁시간을 골랐다. 낮이면 벌써 초여름의 더위가 만만찮은 6월. 하오 7시는 곱게 물든 석양과 선선한 바람으로 부조를 했다.

처음 청첩장을 받았을 때는 고개를 갸웃하던 하객들도 막상 결혼식에 참석하고는 그럴수 없이 좋아했다. 남편이 직장을 마친 시간에 맞춰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하객들은 예식이 끝난 뒤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지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낮시간 예식에는 교통체증 때문에 지각하고 직장이나 볼일에 쫓겨 눈도장찍기가 바쁘게 돌아서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결혼당사자들도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음미하며 보낼 수 있었다. 오씨는 『보통 12시에 결혼식을 한 친구들을 보면 신부는 화장과 사진촬영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서 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식장 직원들에 떠밀려 폐백,피로연을 돌다 신혼여행지로 떠나는데 우리는 여유있게 예식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첫날 밤은 서울의 호텔에서 지낸 뒤 다음날 신혼여행을 떠났다.

큰 딸인 오씨 결혼식에 참석했던 하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해 11월에 결혼식을 올린 오빠 오정준(32·회사원)씨도 저녁때 식을 치렀다. 이번에는 초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는 것을 감안해 하오 5시로 결정했다.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단국대 박물관 박성실 관장은 저녁혼례의 장점에 공감해 이듬해인 97년 3월 딸의 혼례를 하오 5시에 치렀다. 그는 『저녁결혼식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풍속일 뿐 아니라 요즘에도 잘 맞는 합리적인 방식』이라며 주위에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국예절문화원의 남상민 원장은 『저녁에 혼례를 치르는 것은 중국 대만 등 음양이론을 중시하는 유교권에서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파티문화가 정착된 서양에서도 결혼식은 저녁때 치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원래 혼인의 혼자가 저녁을 의미하는 혼자에서 비롯된 데서 짐작할수 있듯이 우리 전통혼례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에 치러졌다. 신랑이 신부집까지 먼 길을 찾아와 식을 올리려면 해가 꼴깍 넘어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저녁에 예식을 치르면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한국예식장협회의 김선진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예식장들이 저녁에 식을 치룰 경우 대관료의 50∼100%를 감해주며 드레스대여 사진촬영등의 부대비용도 할인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낮시간에 여전히 이용객이 몰리고 있는 실정.

『하객을 많이 모시기 위해 점심시간이 낫다고 생각하는 때문』이라며 『하오 2∼4시에 음식대접이 금지되면서 점심시간 결혼식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저녁예식이 좀더 널리 퍼진다면 가족 위주의 간소한 행사가 되며 겉치레도 줄어드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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