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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통상정책 방향/박태호(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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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통상정책 방향/박태호(전문가 진단)

입력
1998.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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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도제고에 초점맞춰 개방은 외부압력보다 해외시장 확대와 경쟁력 강화차원 접근 필요”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빠지지 않고 논의되어 온 분야의 하나가 통상행정조직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 부처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지금까지 이렇다할 개편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도 통상조직과 관련하여 분산형 체제의 유지,외교 또는 산업 쪽으로의 특화,통상전담부서의 신설등 논란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은 새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외교통상부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최종결정을 내렸다.

아직 일부에서는 통상업무가 외무부에 통합된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필자는 이번 통상행정조직의 개편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통상교섭을 전담하는 전문부서가 생겼다는 것은 우리 통상정책의 기조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통상전문인력이 차별받지 않고 실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는 곧바로 우리 통상정책의 대내외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어 IMF 체제하에서의 위기극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니며 이는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번 개편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패는 외무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어떠한 철학을 갖고 어떻게 이 조직을 운영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새로 설립된 외교통상부의 국제통상관련 철학은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첫째는 시장개방이 외부의 압력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돼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화·정보화시대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우리나라에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도 세계수준의 시장개방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시장개방 약속을 지키고 정책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만 국제사회에서 신의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 통상조직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새 조직이 통상협상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통상협상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소규모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이 기구가 모든 통상협상을 주도하되 반드시 관련 주무부처와 함께 협상에 참여하고 협상결과의 이행여부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셋째,이 기구는 변호사와 학자,업계전문가들이 상황에 따라 정부대표로 참여할 수 있는 신축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넷째,통상문제에 각 부처를 함께 참여시킴으로써 정부내 통상전문가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해외공관의 개편,해외에 주재하는 민간기관과의 연계망 구축,통상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 프로그램의 개발,업계 의견수렴 채널 구축,정보수집 및 평가분석의 체계화 등 관련 보완사항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해 우리나라가 2000년 초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리 힘으로 풀어가야 할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과거의 평균성장률을 적용한 경제전망을 한 것이다.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한 지식층의 오류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국에 대한 자세도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식에서 변화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자리잡은 「게임의 법칙」과 예의 및 관행을 존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국민과 국가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제고될 것이다.

금번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근본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정부와 정책에 대한 대외신인도의 추락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대외신인도라는 것이 결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말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꾸준히 쌓아온 행적(Track Record)만이 개인과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새 정부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통상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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