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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측근이 좌우하는일 없을것”/대통령 종합청사 각의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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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측근이 좌우하는일 없을것”/대통령 종합청사 각의 대화록

입력
1998.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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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경­환율 1천4백원대 되면 물가 9% 가능/김 농림­농산물 직거래 생활협동조합 결성해야김대중 대통령은 10일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는 청와대에서 열려왔으며, 김대통령이 종합청사에 나간 것은 일종의 파격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세종로 청사 뿐 아니라 과천 청사에도 자주 나가 국무회의를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날 청사 현관에서 김종필 국무총리서리의 영접을 받고 회의장에 도착했다. 35분간 진행된 회의는 외환위기에 대한 평가를 놓고 장관들간에 토론이 벌어지는 등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김대통령=국무회의는 국정의 중심이다. 국사를 다른 장소에서 청와대 비서관, 대통령의 측근이 좌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도 계속 국무회의에 참석하겠다. 국사에 공동책임을 지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 국민이 대단합해 개혁조치를 만족스럽게 잘해 나가면 국제적인 지원과 외국인투자가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이 아직 정치안정을 못이루고 개혁의 진도가 늦고 후퇴한다고 판단, 관망하고 있다.

▲이규성 재경장관=물가는 지난달 1.7% 상승했으나 3월 들어 안정되고 있으며, 마이너스1% 내외로 가라앉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8.5달러에서 12.35달러로 33%가 떨어졌다. 환율이 1천3백∼1천4백원 수준만 되면 연말까지 물가를 9% 이내로 잡는게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는 1, 2월 각각 12억3천만달러, 18억3천만달러에 달해 모두 30억달러가 들어 왔다. 금융기관의 외채만기 연장협상도 성공적이다. 인도네시아 사태, 중국의 위안(원)화 평가절하가 불안요인이다.

▲김성훈 농림장관=축산 사료파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IMF 사태로 농가가 어미돼지까지 도축했으므로 6월까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축협이 차량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축산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5만여 정육점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직거래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생활협동조합」이 시급히 결성돼야 한다. 소비자조합이 없는 것은 우리 뿐이다.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외환사정을 너무 낙관하는게 아닌가.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도리어 우리를 하향평가하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우리 태도가 바뀌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있다.

▲박태영 산업자원장관=세계은행(IBRD)의 지원금 20억달러중 일부를 원자재 구입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

▲이 재경장관=생활협동조합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중이다. 수출원자재가 두 배로 비싸져 결제 금융이 늦어졌고 이제는 연장도 안된다. 행정지도를 통해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IBRD 자금뿐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ADB)자금을 활용, 지원할 것이다. 신인도가 빨리 오를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 핫머니를 계속 머물게 하기 위해선 정치안정이 필요하다.

▲강인덕 통일장관=식량지원은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 우리 식량이 들어가는 것을 북한 주민이 아는게 중요하다.

▲김정길 행정자치부장관=탈옥수 문제로 국민을 불안케 해 죄송하다. 경찰인사가 지연되고 있는게 원인이라고 본다.

▲김대통령=정치안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장애물이다. 그러나 정치가 흔들린다고 행정부마저 흔들려서는 안된다. 정치가 경색되더라도 행정부는 자기할 일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세금으로 투자한 만큼 기업보다 더 나은 성과가 나와야 한다. 더 좋은 성과, 서비스가 나오도록 외부 용역을 통해서라도 합리적인 안을 만들기 바란다. 개혁은 정부가 앞장서야 하고 행동으로 해야한다. 때로는 국무회의를 간담회 형식으로 돌아가면서 얘기하도록 하자. 새로운 인사에 차질없기를 바란다.

▲김 총리서리=16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각 부처는 중점 사안을 사전에 총리에게 보고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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