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무원들은 지방자치제실시이후 「단체장에게 찍히면 끝장이 난다」는 자조를 많이 한다. 단체장의 3연임이 가능해 최악의 경우 무려 12년을 승진이나 괜찮은 보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죽어」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무원들의 우려는 주민보다는 단체장의 재선을 위해 일하는 사태를 낳는다. 물론 지자제 시행이후 관선시대에 비해 한층 주민을 위하는 행정이 펼쳐졌다. 그러나 단체장들의 재선을 염두에 둔 거품·선심행정,심복심기와 실적올리기에 따른 조직비대화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공무원수가 지자제 실시이전보다 크게 늘어나고,요란하게 시작한 사업들이 예산만 낭비한채 중단된 사례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6월4일 실시될 지방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209명의 공직자들이 사퇴하면서 선거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상당수 단체장들이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혐의로 경고를 받았다. 사랑방좌담회를 연달아 개최하면서 참석자(유권자)들을 항상 다른 사람들로 채우라고 공무원을 달달볶던 한 단체장은 검찰의 내사를 받기도 했다. 행정공백사태가 불거지는가 하면 단체장의 「심복」등 상당수 공무원들도 본연의 업무보다는 선거 회오리에 휩쓸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단체장의 재선에 「일조」를 해 논공행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승진이 큰 즐거움중의 하나인 공무원사회에서 승진누락은 치명타가 되는 경우가 많고,만회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단체장들은 이같은 약점을 이용,아예 마을별로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유권자의 경조사를 챙기도록 하는 경우까지 있다.
중앙공무원들은 어떤가. 장·차관 인사에 이어 순차적으로 이어질 인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50년만의 정권교체에다 정부조직개편까지 겹쳐 사상 최대의 인사가 될 전망이다. 인사에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너 죽고 나살자」는 식의 경쟁자 흠집내기,줄서기,음해성 루머가 난무한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새정부에 거는 지역감정 해소라는 국민의 기대를 외면한채 노골적으로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지방·중앙의 공무원들 사이에서 빚어지고 있는 현 상황들은 모두가 조직의 갈등요인이다. 갈등은 내몫만 챙기려 할 때 잉태되고,심화하면 조직이 동맥경화에 걸린다. 이는 곧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 인사권자들은 국민들이 IMF사태로 고통을 넘어 심리적 공황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공무원의 사병화는 특히 경계돼야 한다. 북풍공작으로 만신창이가 된 안기부가 이를 잘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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