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정보도 버젓이조선 왕조의 정확한 영어 표기는 무엇일까? 「없다」가 정답이다. ’97문화유산의해조직위원회와 삼성문화재단이 공동으로 펴낸 「World Heritage In Korea(한국의 유산)」에는 조선왕조가 「Choson Dynasty」로 돼 있지만 공보처 해외공보관에서 발간한 「Korea, Its History & Culture(한국의 역사와 문화)」에는 알파벳 「o」에 반달표가 붙어 있다. 「Korea…」는 같은 페이지에서 제목의 Choson에는 「n」에 반달표가, 본문에는 「o」에 반달표가 붙어 있는 실수도 눈에 띈다.
안내책자와 홍보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표기의 통일이 안돼 있고, 틀린 정보가 버젓이 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번역가를 필요로 하는 학술서적이나 문학작품 등은 부적절한 번역이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크고 작은 오류들은 「옥에 티」수준을 넘어 국가이미지를 훼손하는 직접적 요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실제 95년 정부간행물제작소에서 배포한 「세계화」 홍보책자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그대로 게재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84년에 개정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준해 모든 정부 간행물과 각종 표지판을 제작하도록 하고 있지만 권고규정에 불과해 확고한 기준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또 현행 로마자 표기법 자체가 국어 모음체계와 맞지 않아 표기상 오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학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각종 간행물의 내용과 중복출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65년부터 대통령령으로 정부간행물심의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나 97년 한해동안 심의한 것은 총 200여종에 불과하다. 위원회를 맡고 있는 정부간행물제작소의 한 직원은 『공문서나 법률, 보안서류 등을 제외한 모든 정부책자는 반드시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소관부처의 비협조 등 여러 이유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의위원도 전문가가 아닌 각 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돼 내용은 거의 건드리지 못하고 가격이나 중복출판 여부를 따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A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외국에 비해 별로 실력이 뒤떨어지지 않는 민간업체에 대행을 시키는데도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인력과 예산이 아니라 홍보담당자들의 마인드와 전문성』이라고 지적했다.<황동일 기자>황동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