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서 급속히 확산중·고생들 사이에 내핍생활이 확산되면서 물물교환이 성행하고 있다. 실직, 없어진 보너스, 월급 삭감 등으로 부모들이 초긴축생활에 들어가자 용돈이 줄어든 중고생들이 궁여지책으로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면서 IMF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물물교환은 IMF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강남의 일부 여중·고교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강남 동덕여고의 경우 지난달 18일께 1학년의 한 학생이 『입던 바지를 팔겠다』고 나서자 몇몇 학생이 『정해진 날짜에 만나 서로 물건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물물교환시장」이 섰다. 물물교환 소문이 금세 퍼져 이틀 후에는 40∼50여명이 각자 교환할 물품들을 풀어놓았다.
이같은 학생들 사이의 물물교환은 신학기가 되면서 점차 확대돼 물품도 다양해지고 횟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물교환에 나오는 물건들은 학용품을 비롯, 옷 양말 가방 연예인사진 테이프 및 CD와 머리끈 핀 등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은 대개 제값의 10분의 1가량으로 물품값을 정해놓고 비슷한 가격대끼리 교환하거나 돈을 주고 구입하고 있다.
특히 싫증이 나 사장된 물건들을 내놓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짐으로써 자원재활용과 함께 기분도 전환하는 이중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동덕여고 2학년 정모(17)양은 『학교 매점을 찾는 발길은 눈에 띄게 준 반면 이같은 물물교환을 이용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고 오수일(55) 교무부장은 『학생들사이의 물물교환이 용돈마련 수단으로 이용돼 사행심을 부추길 우려도 없지 않으나 절약생활을 몸에 배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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