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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궤양/약으로 치료 안되면 조직검사로 암 확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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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궤양/약으로 치료 안되면 조직검사로 암 확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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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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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의 여교사 N씨는 요즘같은 환절기가 두렵다고 한다. 속쓰림증세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장출혈로 입원한 적도 있다. 최근 필자를 찾아온 N씨는 자주 재발하는 위궤양을 완전히 고칠 방법이 없겠느냐고 호소했다. 위궤양은 성인 100명중 1∼2명이 앓고 있는 매우 흔한 병이다. 평생 10명에 1명은 위궤양에 걸린다고 한다. 위는 강한 염산과 소화효소로 구성된 위액을 분비, 음식물을 소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입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독소나 세균을 없애는 임무도 맡고 있다.○주범은 담배와 약물, 스트레스

조물주는 강력한 위액이 위벽을 헐게 하지 못하도록 튼튼한 방어체계를 갖춰 놓았다. 이 방어체계가 약해져 위산과의 균형이 깨지면 위벽이 헐게 된다. 바로 위궤양이다. 흡연이나 아스피린 소염진통제 등의 약물 복용은 이 균형을 깨는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는 위궤양이 훨씬 자주 발생하며, 궤양에 걸린 사람이 담배를 계속 피우면 약물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

실제로 소염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 10명중 1∼2명은 위궤양을 앓게 된다. 궤양이 생겨도 약의 진통효과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해 출혈, 천공, 폐색이 나타나는 등 병이 아주 심해진 뒤에야 발견되는 수가 많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위궤양의 발생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체국 직원의 경우 사무실에서 부대끼는 내근직원이 외근직원보다 위궤양에 잘 걸리며, 정신적 긴장도가 높은 항공관제사들에게 발병빈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균을 잡아내 위궤양을 고친다

최근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이 위궤양의 발생이나 재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 병의 이해와 치료에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됐다. 물론 위속에 파일로리균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궤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궤양이 생길 수 있는 체질, 환경적 요소가 있는 사람이 세균에 감염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위궤양에 걸리면 대개 공복시 속이 쓰리고 아프며, 이 때 물이라도 마시면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때로는 밤에 자다가도 속이 아파 일어난다. 그러나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곧장 느껴지는 속쓰림은 위궤양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궤양증세는 한동안 나빠졌다가 좋아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며, 수년 또는 수십년에 걸쳐 일어난다. 위궤양이 자연치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궤양이 위암이 되지는 않는다

위궤양은 X레이 촬영이나 내시경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 때 궤양이 양성인지 악성(암)인지를 정확히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위궤양이 위암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조기위암은 위궤양과 비슷하게 생긴 경우가 종종 있고, 때로는 악성궤양이 암세포로 메워져 깨끗이 나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궤양이 위암으로 변한다는 것은 틀린 얘기다. 위암은 위암으로 시작해 위암으로 끝날 뿐이다. 따라서 위속에 생긴 궤양은 반드시 조직검사를 실시, 암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은 위궤양은 항상 암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위궤양은 쉽게 완치될 수 있다

위궤양은 좋은 약이 많이 개발돼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약제는 산분비 억제제인 히스타민 길항제나 프로톤 펌프 길항제 등이다. 투약 수일후부터 증상이 없어지고 6∼8주간 투약하면 깨끗이 치유된다. 완치 여부는 반드시 내시경이나 방사선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과거처럼 너무 까다롭게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약간의 향신료, 한 두잔의 커피나 오렌지주스 등은 금할 필요가 없다. 우유를 많이 섭취하면 위산을 증가시켜 치료에 해가 될 수 있으나, 하루 한 두 컵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 궤양환자에게서 파일로리균이 발견되면 재발 방지를 위해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적절한 약물치료로 낫지 않는 궤양은 조직검사를 통해 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유없는 소화불량은 위암신호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일본, 칠레, 핀란드, 아일랜드 등에도 위암이 많다. 위암이 많은 민족을 조사해 보면 짜고 매운 육식,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 불에 직접 태워 익힌 고기, 훈제생선, 질산염 성분이 많은 식수등을 즐겨 먹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도 크다. 위암환자의 2세는 위암발생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3∼4배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파일로리균은 위암 발생에도 어느 정도 관련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이 균을 1급 암 유발인자로 분류했다. 파일로리균이 위속에 있을 때 암에 걸릴 위험도가 2∼5배 높다고 하나, 아직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필자 등의 조사결과 우리나라 정상인의 파일로리균 감염률은 73%, 위암환자는 89%였다. 50세 이후 장년기에 감염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남자가 여자보다 2배정도 많이 나타난다. 위암에 걸려도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게 보통이다. 가벼운 소화불량, 속쓰림, 식욕부진 등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위염을 의심할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장년기의 하찮은 증세라도 2∼3주 이상 이유없이 지속되면 반드시 위검사를 해야 한다. 음식을 토하거나 삼키기가 어렵고, 체중이 줄어들며, 출혈이나 빈혈이 심하고,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질 때는 벌써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

위암은 내시경검사나 방사선검사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특히 내시경검사는 위벽의 색깔변화를 알 수 있어 크기가 아주 작거나, 융기나 결손부위가 심하지 않아도 암을 찾아낸다. 더구나 조직을 떼어내 병리검사를 할 수 있어 위암진단에 필수적이다.

위벽은 4층으로 돼 있다. 위암은 제일 위층인 점막층에서 시작해 아래층으로 점차 파고 들어간다. 결국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주위장기나 전신에 퍼진다. 위암이 점막층이나 바로 아래층인 점막하층에 국한된 경우를 조기위암이라고 한다.

○조기위암은 90% 이상 완치가능

조기위암은 완치가 가능하다. 위암세포가 위벽 전체를 침범한 진행성 위암에 비해 치료효과가 놀랄 정도로 좋다. 진행성 위암은 수술이 잘 된 경우라도 5년후 생존율이 25∼30%밖에 안된다. 반면 조기위암환자는 90% 이상 살려낼 수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매년 500∼600명의 위암환자가 수술을 받는데, 이 중 조기위암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위암은 대장암과 달리 암의 전단계인 용종이나 이 형성을 거쳐 암이 되는 일이 드물다. 따라서 암의 전단계 병변을 찾아내 미리 절제함으로써 예방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현재로선 위암을 조기에 찾아내 잘라내는 것만이 유일한 완치방법이며 2차적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기위암중 일부분이긴 하지만 크기가 작고 점막층에 국한된 경우라면 외과의사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내시경치료만으로 완치시킬 수 있다. 내시경을 통해 전기 올가미를 위속에 집어넣어 암 부위를 절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위암이 눈에 보일 정도로 커지려면 2년∼2년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위암을 조기에 찾아내 완치할 수 있는 길은 40대 이후부터 2∼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위내시경검사나 방사선 검사를 받는 길 뿐이다.<송인성 서울대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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