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잘못되어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무총리의 임명과 인준이 매우 중대하고도 시급한 과제임을 부인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임시국회를 소집해놓고 여야의 대립이 격화한 나머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파행국회」라는 지탄과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결코 처음있는 일은 아니지만 여야의 의원들이 흥분한 나머지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지르는 광경을 언론매체의 화면을 통해 지켜보면서 누가 저 국회의원들을 저렇게 가르쳤을까 스스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아슬아슬한 고비에 와있는데 나라의 살림을 맡았다고 자부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 앞에 저런 꼴을 보여줍니까.
저 사람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저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저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저 사람들의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저 자신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궁극적인 책임이 교육에 있습니다.
대학교육이 잘못되었습니다. 중등교육, 초등교육이 잘못되었습니다. 유치원교육도 잘못돼 있고 가정교육도 잘못돼 있습니다. 국회라는 무대 위에 올라 난투극을 벌이는 사이비 「폭력배」의 부모가 저들이 어렸을 때 집에서 잘못 가르쳐 저렇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의 것을 훔쳐보고 썼어도 100점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가르쳤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싸움이 붙으면 수단과 방법은 무엇이라도 좋으니 상대방을 꺾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질서가 정연한 사회에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무법·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만 득세할 수 있는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초등교육도 중등교육도 모두 대학입시를 위해서만 있는 나라가 이 넓은 하늘 아래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리가 원수처럼 여기는 일본도 이렇지는 않습니다. 입시준비로 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경쟁입니다. 경쟁이 인류발전에 도움을 주는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면 사람을 가르치는 일만은 경쟁을 앞세워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경쟁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이득보다 손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자연계의 대원칙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렇다면 경쟁에 패한 자는 죽어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사람사는 세상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새로 취임하신 대통령께서 정말 속 시원한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대학자율화를 단행하겠다』정말 10년 묵은 체증이 확 풀리는 것 같은 상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느 대학의 교무처장 일을 보던 36년전부터 대학의 학사는 대학당국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자가 듣지를 않았습니다. 제 누님이 문교부(교육부)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우리 남매는 그런 꿈을 가졌었지만 신군부의 등장으로 그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국회에 들어가 만 4년동안 교육위원회에 앉아 목청을 돋우어 주장한 것이 대학자율화였는데 여섯사람 장관이 다 단행하겠다고 약속만 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대통령각하, 이제 한국교육 정상화의 먼동이 트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속 없는 입시경쟁을 지양하려면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그 반면에 졸업하기는 매우 어려운 대학이 되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입학과 졸업이 모두 대학의 책임자인 총장에게 있어야지 왜 교육부가 여기에 간섭을 해야합니까. 그것이 교육관계자들의 부정·부패·비리의 온상이 되어온 것 아닙니까.
각하께서 내놓으신 「대학자율화」에 반대하는 사설도 이미 튀어나왔습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서둘러선 안된다』는 내용들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을 기하다 아직 한국의 교육이 이 꼴입니다. 모든 언론의 매체는 향후 5년간 대학입시에 관한 기사를 자진해서 다루지 않기를 바라며 안되는 경우에는 부득이 법으로 제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각하의 「대학자율화」가 반드시 성공하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