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야 등에 알려져 미수에 그쳐/포섭리스트에 국민회의 8명 포함여권 핵심부가 「알려지지 않은 북풍조작 의혹」으로 간주, 내밀하게 조사중인 사건이 있다. 바로 지난해 대통령후보 등록 직전인 11월20일 안기부가 발표한 부부간첩사건이다. 여권 핵심부는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을 방침이다. 부부간첩사건은 사실이었고 이 사건이 대선정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부는 그러나 안기부가 지난해 10월27일 북한 부부간첩인 최정남(34)과 처 강연정을 검거한 후 이를 활용,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안기부 자체 조사를 통해 공안정국의 조성을 시도한 내막을 밝혀내고 그에 연루된 고위간부들에 대해서는 문책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부간첩 검거는 안기부가 보안에 부쳤으나 언론과 재야 정치권에 알려지면서 북풍공작에 활용되지 못했다』며 『일종의 북풍공작미수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에 따르면 안기부가 부부간첩 수사를 진행한 10월말부터 발표 때(11월20일)까지 김대중 대통령후보 진영은 안기부의 공안정국 기도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여권이 당시 취합한 정보와 최근 내사자료에 따르면 안기부는 부부간첩이 포섭하려 한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 수사를 확대하고 역공작을 통해 북한의 구출팀을 끌어들여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했다.
이중 후자의 방식은 검거 하루 뒤인 10월28일 강연정이 자살함으로써 무산됐다. 구체적으로 안기부는 11월2일 최정남으로 하여금 「노출됐다. 구조바란다」는 전문을 보내게 했으나 북한측이 「강연정이 고유암호로 타전하라」고 회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당시 안기부는 고정간첩의 색출보다 대북 역공작에 힘을 쏟았다. 만약 북한의 구조팀이 남파돼 교전이 벌어졌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 역공작은 어떤 의미로 필요한 작전일 수도 있지만 포섭대상자 확대수사는 인위적 조작 가능성이 짙다는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다. 여권 핵심부는 당시 안기부가 포섭대상자 1백여명의 리스트를 마련했고 그 리스트에는 국민회의의 재야출신인 K부총재를 비롯해 I, B, Y의원과 소장파 K의원 등 8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H교수 등 김대중후보와 친한 학계 법조계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안기부가 국민회의 의원들을 조사한 후 언론에 흘릴 계획이었다』며 『이를 미리 파악한 국민회의가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에게 강력 항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기부는 오익제 편지를 적발하자 북풍공작 대상을 전환했다는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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