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전국 208개 개봉관은 연중 평균 117.6일간 한국영화를 상영했다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 감시단이 모니터한 실제 상영일은 98.3일. 극장측의 신고자료에 따르더라도 한국영화 의무상영일(평균 118.8일)에 못미치는 기간이다.스크린쿼터제에 대한 올해의 전망은 더욱 우울하다. 우리는 문화적 정체성의 논리로 미국의 압력에 맞서왔으나 IMF 체제 이후 미국의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대폭 줄어든 한국영화의 제작편수도 가뜩이나 한국영화에 콧대를 세워온 극장들에 『틀어줄 한국영화가 없어서』라는 핑계를 더 해주게 됐다. 쿼터제의 존립근거는 위기에 몰릴대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극장들이 스크린 쿼터제를 백안시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쿼터제가 폐지돼 직배사들의 영화가 극장을 장악하면 이미 5대 5의 균형이 무너진 극장대 영화사의 수익 분배율은 훨씬 더 직배사 쪽으로 기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극장측은 흔히 『한국영화는 장사가 안된다』고 말하지만 장사가 되는 영화 역시 극장이 만드는 것이다. 지난 해 서울에서 30만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7편이나 나온 것도 시내 중심부 극장만 개봉해주던 한국영화에 변두리극장에서 소위 「날개」를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극장이 한국영화를 틀면 한국영화를 만들 돈이 생기고 돈이 생기면 좋은 한국영화가 만들어져 극장에 많은 관객이 들어오는 것이다. 스크린 쿼터제가 한국영화를 살리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한시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 그 시한은 한국 영화계가 자생력을 갖출때까지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가 될 때까지는 스크린 쿼터제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실질적 정책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영화계를 살아남게 하는 최소한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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