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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입수 북풍공작 안기부 자체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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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입수 북풍공작 안기부 자체조사 보고서

입력
1998.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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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필적감정후 「홍보공작」 시작/오·DJ 사진­편지 전국 배포/대선직전 「평양회견」 방영 압력의혹으로 점철된 「오익제 편지사건」의 전말이 안기부 내부조사에 의해 확연히 드러났다. 여권 핵심부의 지시에 따라 「북풍공작」에 개입하지 않은 안기부 고위 간부들이 보름전부터 자체 조사를 벌여 오익제 편지사건의 전말, 지휘부 개입여부 등을 상세히 밝혀냈다. 여권 핵심부는 이미 이 보고서를 비롯한 다양한 내사자료를 이종찬 안기부장에게 전달했다.

안기부 자체조사 보고서는 지난해 12월6일 지휘부 대책회의에서 기획전담팀이 구성돼 「오익제 편지사건 관련 기본대응계획」이 마련되기 전부터 치밀한 북풍공작이 이루어진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보고서는 오익제 편지의 입수 때부터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인지 및 지시시점, 국민회의에 대한 수사전개 및 공방, 지휘부 대책회의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편지를 입수한 직후는 북풍공작을 모색하는 단계로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은 보고서의 내용) 『안기부 1차장 산하 104실(외사보안실)이 (97년)11월20일 목동 우체국에서 오익제 서신을 적발, 원본을 104실 보안처에 보관하고 사본 1부만 대공수사실(103실·실장 고성진)로 보냈다. 고성진실장은 즉시 휘하의 3단장 강모(2급)씨, 방첩3처장 권모(3급)씨, 서울지검에서 파견된 정모검사에게 법적 검토 및 대선 활용방안 모색을 지시했다』

이어 권전부장이 편지사건을 보고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11월25일 고실장은 오익제 편지에 대한 검토결과를 권전부장에게 보고하고 그 자리에서 「활용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고실장은 104실로부터 원본을 받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권 방첩3처장은 편지 원본과 오익제의 「전화번호 수첩」을 경찰청 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필적을 감정, 오익제의 필적임을 확인했다』 이 단계에서 권전부장이 지시한 활용방안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가 앞으로 정확히 규명돼야 할 핵심 포인트다.

안기부는 오익제 편지의 친필 확인 이후부터는 국민회의에 공세적인 조치를 취한다. 『11월말 국민회의가 북한 김병식사민당위원장이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에게 보낸 편지를 안기부 면회실에 자진 신고했다. 103실 방첩1처장 이모(3급·현 경기지부 부지부장)씨가 김병식 편지와 오익제 편지를 검토한 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후보에 대한 서면질의서를 작성했다. 고성진 실장은 이방첩 1처장을 대동, 12월1일 아침 르네상스호텔에서 국민회의 천용택 의원과 조찬을 하며 이 자리에서 「DJ 서면질의서」를 전달했다. 천의원은 대선영향 등을 이유로 서신비공개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시 안기부가 서면질의서에 대한 회신시한 이전에 오익제 편지사건을 언론에 터뜨렸다』며 『이는 안기부가 사실확인 보다는 북풍공작에 주력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후 안기부는 오익제 편지의 「홍보공작」에 나섰다. 『12월5일 오익제 편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 발부받았다. 영장이 발부되자 103실 4급 조모씨가 검찰 출입기자실에서 영장취재를 은근히 종용했으며 편지내용과 평양발 소인이 찍힌 편지겉봉 사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안기부의 대응수준도 달라졌다. 『권전부장은 12월6일 박일룡 1차장 이청신 1특보 남영식 3특보 고성진 103실장 등 부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국민회의 공세에 대한 대응계획의 수립을 지시했다. 고성진 실장은 101, 102, 103실 등 국내담당 단장회의를 소집, 기획전담팀을 구성, 본격적인 공작에 나섰다. 고실장은 또 103실 간부회의를 소집,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했다. 이 때 강3단장을 중심으로 방첩1처, 방첩3처 소속 전직원이 기자회견에서 오익제씨와 DJ 관련부분을 제기하기 위한 자료작성에 나섰다. 6일 하오 검찰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편지 및 오익제·DJ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북풍공작은 치밀했다. 『12월8일 고실장은 오익제 편지를 전국 지부에 보내도록 지시했다. 이에따라 103실의 강3단장 이모수사단장 김모수사지도단장 장모정보전문관 등이 직원들을 총동원, 「오익제와 DJ사진」 수천장을 제작하고 오익제서신 복사본 수백장을 제작, 전 지부에 발송했다. 고실장은 또 선거직전 「오익제 평양방송 기자회견」 비디오 테이프를 TV방송국에 발송, 방영을 요구했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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