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탈옥수 신창원을 또 놓쳤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무장경관 10명이 맨손의 탈옥수를 눈앞에서 놓쳤다니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그는 대담하게도 고향마을에 나타나 며칠동안 유유자적 낚시를 즐기며 도피생활을 해왔다. 신창원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잠복근무하던 경찰은 6일 하오 7시께 김제시 금구면 신선휴게소에서 우유와 빵을 사가지고 나오는 그를 발견해 검문을 했는데, 배낭을 집어던지고 달아나는 그에게 총까지 쏘았으나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으로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는 신창원을 놓친 것이 네번째다.
지난해 1월20일 부산교도소 쇠창살을 끊고 탈옥한 그가 10월 15일 평택에 나타났을 때는 혼자 범인을 잡겠다는 공명심에 눈이 먼 형사가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민간인들을 데리고 어설픈 검거작전을 펴다가 놓쳤다. 그해 연말에는 경찰관 7명이 은거지를 덮쳤으나 또 실패했다. 10여일 후 천안시 한 식당앞에 나타났을 때는 형사기동대까지 출동했으나 경찰관들은 맨손인 그에게 권총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몇차례 격투로 팔목과 어깨에 골절상을 입은 그가 수사망이 깔린 지역의 여러 병원에서 상처를 치료받았는데도 경찰은 그의 발자국도 포착하지 못했다. 훔친 차를 몰고다니다 고향마을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에 붙잡혔으나 남의 면허증으로 신분을 속였다. 과연 우리나라에 경찰이 존재하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신창원은 여러가지 기록을 만들고 있다. 우선 최장기 탈주범 기록을 세웠다. 단일사건으로 지방경찰청 단위에 3개의 수사본부가 설치된 것도 처음이다. 그를 놓친 경찰관은 물론, 서장과 그 지방 경찰청 고위간부들이 좌천되고 직위해제당하는 등 줄줄이 징계를 당했으니 그 숫자에서도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0명이 넘는 전담수사원들이 번번이 허탕을 치면서 국가 공권력이 조롱당하고 있다. 그는 「다친 상처가 아물면 경찰에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적은 일기장을 흘려 경찰을 마음껏 놀렸다. 도피중 도둑질을 떡먹듯하며 여러 여자들과 동거생활을 하고, 연말에 장애인 수용시설과 불우한 소년 소녀들에게 수백만원의 성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그의 행각이 암흑가에 의로운 도둑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모방범죄 사칭범죄까지 기승을 부려 사회정의를 왜곡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그가 출몰할 때마다 법석을 떠는 검문검색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경찰은 그를 못 잡는 것인가, 안 잡는 것인가. 대한민국 경찰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민들이 어떻게 안심하고 살겠는가. 지금까지의 수사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자성하고 새 작전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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