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남북문제 해결의 기본틀을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에 둘 것임을 밝힌바 있다. 뒤이어 3·1절 경축사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 체제의 복원을 강조하고 4자회담과의 병행추진을 천명했다. 남북문제가 기본합의서 정신대로 풀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란 예측 불가능한 상대 때문에 우리의 전략전술도 각별한 유연성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정부는 현재 남북간의 현안중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이산가족상봉등의 실현을 위해 특사교환방식을 제의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남북기본합의서가 김대중 정부의 남북문제 해결의 「마그나 카르타」같은 존재라면 특사교환은 그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새정부는 출범직전 「대북정보는 안기부, 정책집행은 통일부, 지원업무는 외교통상부」로 교통정리를 한 바 있었다. 과거 주도권 다툼으로 일을 그르쳤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않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새정부출범 며칠도 안돼 조율되지 않은 대북정책들이 부처별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4자회담에서의 남북 직접대화 방침을 둘러싸고 일어난 마찰이다. 외교통상부가 그같은 방침을 발표하자 통일부는 즉각 정부방침과 배치된다며 반발했다. 직접대화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통일부에 있는데 왜 외교통상부가 끼여드느냐는 관할다툼이다.
대북 식량지원 방식도 정리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차원의 식량지원은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서, 민간차원의 구호는 적십자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새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보다는 남북한 대화를 통해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민간차원의 지원 창구도 대한적십자사에 국한하지 않고 민간단체에도 허용하는 등 다양화 한다는 방침이다. 과거의 정부가 그같은 지원방식을 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만큼 새정부도 빨리 입장을 정리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
7일 외교 통일 안보관련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정부의 첫 통일관계장관회의는 이같은 혼선을 정리하고 가닥을 잡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밑에 안보정책조정회의를 두기로 하는등 기능과 역할배분을 명확히 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우리는 이 자리가 앞으로도 외교안보팀의 각이한 성향들을 조화시키고 불협화 가능성을 없애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과거 북한의 면전에서 벌어졌던 「훈령조작」과 같은 내부갈등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끝으로 대북정책이 마치 우리의 일방적 구애행위처럼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현재와 같은 IMF시대에 남북문제가 최우선적 과제일 수는 없다. 지금은 국난극복에 국가적 에너지가 총집결돼야 할 시점이다. 아직도 통일전선전략차원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북한이 바뀌지 않는한 남북대화의 진전도 어렵다는 인식으로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접근해 가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