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반대 사직 한때 감금/“87,92년 대선공작·비리 등 수록” 지난해 대선 기간중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안기부의 대선개입에 반대하며 사직한 전 안기부 감찰과장 김홍석(49)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7일 안기부의 대선개입과 공정하지 못한 인사·예산운용에 회의를 느껴 사표를 제출한 뒤 대선직전인 12월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안기부청사 지하실에 열흘간 격리됐다 풀려났다.
김씨의 사건은 이후 천주교 상도동성당 함세웅(56) 신부가 권영해 안기부장을 불법구금에 따른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하고 천주교인권위원장 김형태(42)변호사가 법원에 변호인접견불허 취소처분을 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김씨는 5일 전화인터뷰에서 『사직 당시는 안기부의 북풍조작을 구체적으로 알 만한 시점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안기부가 대선에 개입해온 것은 관행이며 모든 것이 정치와 연결돼있어 고위간부가 모를 리 없다』고 말해 안기부 고위간부와 정치인들의 개입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씨와 함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그가 퇴직시 갖고 나왔다는 안기부 내부의 비밀문건. 일명 「K파일」로 불리는 이 문건은 컴퓨터 디스켓과 김씨의 육성녹음테이프 등을 포함, 사과상자 한박스정도 분량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광양출신으로 중앙대 법학과를 나온 김씨는 78년 안기부에 들어간뒤 81년 「안기부의 안기부」라는 감찰실에 발령받아 이후 12년간 감찰업무에 종사했다. 이 때문에 그의 K파일에는 안기부 내부의 깊숙한 비사가 집약돼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파일들을 일별했다는 김변호사는 안기부의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조작과 87년 92년 대선개입, 김현철씨의 안기부내 인맥과 활동, 92년 대선당시 현철씨를 통한 안기부자금의 선거비 유용, 안기부고위간부의 예산횡령등 개인비리와 내곡동 신청사건립비리 등 안기부의 각종 비위사실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92년 총선당시 홍사덕 의원에 대한 흑색선전의 총지휘자가 안기부 고위간부출신인 야당 정모의원이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변호사는 『그러나 시기로 보아 이번 북풍조작건과 직접 관련된 문서는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비밀문건이 공개될 경우 안기부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게 될 것』이라고 파일의 「폭발력」을 암시했다. 김씨는 이에 앞서 최근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입을 열면 열흘간 일간지 1면 톱기사가 안기부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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