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단독소집한 제190회 임시국회가 6일 개회됐다. 거야의 일방적인 요구로 열린 반쪽 국회라 정상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종필 총리인준안처리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격돌이 불가피하다. 야당은 지난 2일 201명이 투표한 바 있는 투표함개표를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여당은 이를 무효화하고 재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개표를 강행할 경우, 여당은 이를 한사코 저지할 것이 예상돼 또 한번 볼썽 사나운 몸싸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라를 어디로 끌고가려는지 정치권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부출범후 다소 긍정적으로 돌아섰던 세계의 신용평가기관들이 정치불안을 이유로 다시 등을 돌리려 한다. 이처럼 혼란상태가 계속되면 환란은 불가피하고 이로써 경제파탄은 자명하다. 한동안 활황국면이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꺾이고 자본이탈현상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처음부터 밀리면 끝장」이라며 결자해지를 거부하는 소여의 독선, 「우리가 싫다면 안되는 것」이라는 거야의 교만이 사태를 이 지경에까지 내몰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다. 여야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난국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당이 최근 원내사령탑을 개편해 우리는 이것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당초 감사원장 인준과 추경안등 민생현안을 총리인준과 분리키로 했던 한나라당이 「북풍」 수사를 계기로 이를 백지화했다. 이것이 난마를 푸는 단초가 됐으면 했던 기대가 또 무산돼 여간 아쉽지 않다. 여권이 인위적 정계개편은 부인하면서도 정계개편에 호의적 결과가 담긴 여론조사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야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뿐이다.
야당도 설사 당론이라 하더라도 무기명비밀투표에 반하는 투표행태라면 당연히 거둬들여야 한다. 사퇴를 거부한 채 위헌시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리제」로 버티는 김종필 총리안을 당당하게 부결시키면 될 것 아닌가. 우리는 무기명비밀투표제가 지켜지면 의외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에 유의한다. 꼭 여당의원이라고 모두 김종필 총리안에 찬성하리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김영삼 정부의 총체적 실패는 3당합당의 원죄 때문이다. 기득권층이 개혁을 막았기 때문이다. 훗날 김대중 정부마저 김종필 세력과의 연합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는 얘기를 들어서는 안된다. 여야 모두 준법정신으로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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