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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가요 ‘부용산’ 이동원이 부른다/50년만에 ‘목소리’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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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가요 ‘부용산’ 이동원이 부른다/50년만에 ‘목소리’ 찾아

입력
1998.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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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구전돼오던 노래 「부용산」(본보 2월14일자 김성우에세이)이 50년만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찾게 됐다. 「부용산」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제자를 위해 48년 목포 향도여중의 박기동 안성현 교사가 만든 노래. 중년 이상의 호남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인 「부용산」을 부를 가수는 이동원(47). 이 달 발표하는 13번째 음반에 이 노래를 싣는다. 「수국의 노래」에 시를 주었던 한국일보 김성우 논설고문의 소개로 곡을 받았다. 구전가요형식을 요즘 감각에 맞게 약간 손질했을 뿐 가능한한 원곡을 그대로 부른다. 반주는 애잔한 곡 분위기에 맞게 현을 살릴 생각이다.

 이동원에게 「부용산」은 낯선 노래이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고 부산에서 나서 서울서 자라 들어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처음 악보를 받아든 순간 대번 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단조롭고 애잔한 멜로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오래 전부터 들었던 노래처럼 친숙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노래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기 때문이겠죠』 그는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마음 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부용산 오리길에/잔디만 푸르러 푸르러/솔밭 사이 사이로/회오리 바람타고/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너는 가고 말았구나/피어나지 못한채/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부용산 봉우리에/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3년 전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를 부를 때처럼 짧은 시가 또렷한 장면이 되어 떠올랐다. 아끼던 제자를 잃고 벌교의 부용산자락을 헤매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저절로 가슴이 저려왔다.

 이동원은 그 느낌 그대로 노래하겠다고 말한다. 일부러 감정을 넣어 절절하게 부르거나 낮고 구수한 목소리를 애잔하게 바꾸는 기교를 부릴 생각도 없다. 노래를 만든 사람의 심정에 가장 충실할 때 호소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향수」가 그러했듯 「부용산」도 그럴 것이다. 다른 노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람이다. 『오래 전 만들어져 녹음된 적도 없고 어쩌면 그냥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노래를 되살려냈으니까요』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언젠가는 한국 가요사의 명곡들을 다시 불러볼 계획이다.<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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