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 베르나데트 시라크 여사는 최근들어 남편의 고향을 찾아가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400㎞ 가량 떨어진 코레즈지방을 방문, 빨간색 푸조 승용차를 손수 몰면서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베르나데트 여사의 이 행차는 선거유세활동이다. 그는 코레즈도 의원이며 도내 사랑시의 부시장을 겸하고 있는데 15일 지방의회 선거에서 재선을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코레즈지방은 원래 시라크 대통령의 지역구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이곳에서 30여년전 지방의원에 당선되어 정치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남편이 중앙무대로 진출하면서 베르나데트 여사가 지역구를 인계받아 78년부터 20년간 줄곧 도의원 및 시의원직을 지켜왔으며 엘리제궁에 입성한 뒤에도 이를 놓지않았다. 베르나데트여사는 이번에도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라크 대통령의 둘째딸 클로드는 엘리제궁에 버젓하게 사무실까지 갖고 있다. 클로드는 엘리제궁의 공보선전관으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1급 참모다.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89년부터 아버지의 이미지 관리를 맡아오다 95년 대선에서는 선거캠페인을 기획하는 중책을 맡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대통령의 부인과 딸이 이처럼 정치일선과 권부의 중심에서 활동하는데도 한 건의 스캔들이 없다. 이권이니 청탁이니 하는 조그만 잡음이나 소문마저 들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베르나데트 여사는 올해「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전국일주 사이클대회)의 경주 구간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전유럽이 열광하는 이 국제대회의 구간 출발점이 사랑시 같은 무명 소도시에 주어진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특혜니 압력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기는 커녕 오히려 베르나데트여사에게 손뼉을 쳐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클로드 역시 프랑스나 인접국 매스컴에 끊임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나 선정성이 짙은 대중잡지에서조차 그가 세도를 부린다거나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등의 가십이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프랑스 국민들은 대통령의 가족들을 대통령처럼 존경하고 사랑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