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안기부·각 부 “힘의 균형”/이 안기부장 활동 영역엔 주목 김대중 대통령은 4일 이종찬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안기부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감사원장, 안기부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권력 중추에 대한 포진을 마무리지었다.
민주투쟁의 동지였던 한승헌 감사원장, 대선전략의 사령탑이었던 이부장을 기용한 것은 김대통령의 강력한 국정 장악 의지를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박상천 법무·천용택 국방장관을 기용한 데서도 통치권행사를 위한 부서장악에 한 치의 틈도 두지 않겠다는 뜻이 읽혀지고 있다. 박정수 외교통상장관과 국민회의출신들의 대거입각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문민정부출범 당시 이회창 감사원장, 김덕 안기부장 등 자신과 깊은 인연이 없던 인물을 발탁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인선은 김대통령이 지도층의 솔선수범아래 하향식으로 추진될 개혁보다는 국가기관 구석구석에 자신의 의중이 스며드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을 구상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같은 의미에서 「이종찬 안기부」의 활동 영역이 어디까지인가가 관심을 끈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이부장이 안기부의 국내 정치개입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안기부는 법에 정해진 한도내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의 중진 정치인이 안기부장에 취임한 것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더욱이 이부장은 96년 총선이후 대선 때까지 김대통령의 대선관련 전략의 기획을 책임져 왔다. 이부장의 임무는 단순히 내부 조직을 개혁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김대통령의 국정운영판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안기부장의 인선 기준으로 『민주적 신념』을 강조한 것도 자신과 이부장의 「일체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대변인은 인선 발표후 『이부장은 안기부 내부사정을 잘 알고 국제 감각과 개혁적 포부를 가진 분』이라며 『구여권 출신이면서 김대통령과 민주적으로 화합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민련측이 그동안 DJT회동 등에서 이부장을 추천하면서 안기부의 「비중」을 강조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부장은 DJP연합 구상의 초기 입안자중 한명이었고 내각제 개헌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부장의 위상은 김대통령의 신임도와 함께 공동정권의 운영방식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한 곳에 무게를 싣기 보다는 청와대, 안기부 및 각 부처간 힘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국민회의의 「빅3」였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이종찬 부장, 한광옥 부총재간에도 역할이 정리되면서 각각 정권의 기둥이 됐다. 한부총재는 사실상 서울시장후보에 내정됐다. 김대통령은 이들에게 역할을 분담시키면서 균형을 유지해 나갈것 같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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