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공세수위 높여 여 “물러설곳 없다”/내일 임시국회 난항예고 경색 장기화 김종필 총리서리 체제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총리서리 체제가 위헌이라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총리서리의 출범은 뒤집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요지부동이다. 여야간 협상가능성이 차단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절충점 모색이 난망하다.
한나라당은 4일 총리서리 체제의 위헌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이나 총리서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한편 김총리서리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당보 호외 30만부를 제작, 가두배포에 나서기로 했다. 초·재선의원들 사이에는 「JP 비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와 함께 이한동 대표와 당 3역은 이날 하오 김수한 국회의장을 방문,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의 총리임명동의안 표결에서 투표된 201표의 개표를 요구했다. 이같은 파상공세에는 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여론흐름에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법조계 및 시민단체의 동향이 대체로 비판적이라는 나름의 판단이 동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임명동의안 투표는 「공개·암호투표」인 만큼 무효이며 총리서리 임명은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대화를 진행하면서 야당의 틈새를 살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여야는 한나라당 단독으로 6일 소집한 제190회 임시국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오히려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민회의는 개표 등에 대한 한나라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방지하고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차원에서 국회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나 자민련은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는한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자민련측은 『현안에 대한 여야의 사전 절충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국회는 무의미하다』며 한나라당의 회의진행을 실력으로라도 저지하겠다는 강경자세이다.
그렇다고 여권이 뾰족한 타협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회의 주변에서는 여권핵심부가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개 천명하거나 야당에 국회직을 대폭 할애하는 등의 협상카드가 거론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측은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총리서리 문제에 관한한 여든 야든 물러설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 대치정국은 상당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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