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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 국회」 다시 열어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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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 국회」 다시 열어라(사설)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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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필 총리 인준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2일 국회본회의 TV중계를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에 절망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화면속에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축약돼 있었다. 삿대질과 멱살잡이, 투표함 위에 걸터앉은 의원, 의장을 밀어내고 버젓이 의장석을 점령한 의원….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현장이자, 선량들의 수준이었다. 본회의장 구석구석은 마치 제동장치가 풀린 채 마주보고 달려온 두 열차가 충돌한 후 잔해들이 널브러진,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3일 김종필씨를 총리서리로 하는 조각명단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주일째 접어든 국정공백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절박성 때문이다. 그것도 위헌소지 때문에 김영삼정부 고건 총리의 제청형식을 빌렸다. 엊그제 개인소득 1만달러라고 선진국클럽 OECD에 가입한 나라의 정치수준이 고작 이 모양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여야는 지체없이 임시국회를 열어 총리 인준절차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총리서리체제의 위헌시비를 한시라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헌법 제86조1항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선동의, 후임명을 명시하고 있다. 여권은 인준 불가능사태에서 「서리제」의 합헌성을 찾고 있으나 위헌소지가 명백하다는 법해석에 귀기울여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다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헌정사 50년만의 첫 여야간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역사적 의의를 차치하더라도 출발부터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은 경제난에 움츠러든 국민을 더욱 참담하게 한다.

 오늘과 같은 사태의 책임은 여야정치권이 공동으로 져야 한다. 우리는 이미 몇차례에 걸쳐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 순리적으로 이 문제를 풀도록 촉구한바 있다. 특히 야당에는 새정부가 IMF 한파를 극복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몰아주기를 간곡히 당부했다. 가뜩이나 한나라당은 국민을 고통속에 몰아넣은 이번 IMF 사태에 원죄적 책임이 있는 구집권당이 아닌가.

 그러나 야당은 들끓는 여론마저 무시했다. 오히려 과반의 세로 새정부 흔들기라는 당략추구에 나섰다. 일부동료의 「배신」 가능성을 이유로 민주주의의 기본상식인 무기명비밀투표 약속마저도 팽개쳤다.

 국민회의나 자민련 등 여권 역시 이번 사태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가 없다. 「김종필 총리반대」는 거야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데도 여당은 그간 타협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여야지도부의 지도력 및 정치력부재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야는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총리 인준부터 시작해 경색정국을 푸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언제까지 「포니수준에도 못 미치는 민주주의」라는 조롱을 들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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