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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그가 돌아온다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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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된지 4년10개월 내주 사면 확실시/‘창작과 비평’ 특집호 그의 산문 게재 예정/더 넓어진 문학시야 옥중서도 작품 구상/“내나이 이젠 쉰여섯 글밭에 귀향하고 싶다” 시인 고은(65)씨는 최근 복역중인 소설가 황석영(56)씨에게 아호를 두 개 지어보냈다. 염산과 귀석. 둘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는 뜻이다. 두 아호는 산처럼 마음을 무겁게 하고, 바윗돌처럼 글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으라는 당부를 담고 있다.

 황석영씨가 돌아온다. 새 정부가 10일을 전후해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그가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사면후의 작품활동에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89년 밀입북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93년 4월 구속돼 6년형을 선고받은 황씨는 현재 4년10개월째 투옥중이다.

 고은씨는 황씨가 올해 초 보내온 편지에서 『제 나이가 올해 벌써 쉰여섯입니다』라며 한창 나이에 글을 쓰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옥중에서 탈고하지는 못했지만 출감후 원고지에 옮기기만 하면 바로 발표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 5∼6편의 구상을 마친 상태다. 일제 강점기 황해도 지역을 무대로 천연두의 창궐에 외세 침투와 민족주체성의 문제를 빗댄 「손님」(가제), 그리고 「도깨비」라는 화두로 지금의 동아시아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룬 장편 집필에 특히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 주위인사들의 전언. 황씨는 당초 옥중에서 「삼국지」를 새로 쓸 작정을 하고 자료를 구해 검토했다가 역사물보다 현실을 다룰 온전한 창작물 집필을 우선하기 위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중에서 집필할 수도 있지만 검열을 받아야 하는 사정 때문에 사실상 이 작품들을 원고지로 옮기지는 못했다.

 창작과비평사는 100호 특집호가 되는 「창작과비평」여름호에 우선 그의 산문을 기고받아 실을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최원식 인하대교수는 『황씨는 70∼90년대에 경험할 것은 다 했다. 북한까지 보고 그에 대한 환상도 넘어섰기 때문에 한 단계 넓어진 시야로 한국문학사에 남을 역작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교수는 『그간 면회나 편지등을 통해 느낀 바로는 역사물보다 당대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먼저 다가올 것같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국내외 문학지와 신진작가들의 신작을 거의 전부 읽고 독후감을 전하는등 현재의 한국문학을 옥중에서도 꿰뚫고 있다. 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은희경(38)씨는 『황선배가 95년말 내 작품 「새의 선물」을 읽고 「감동적이다」는 내용의 엽서를 보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객지」「섬섬옥수」등 힘있고도 감성적인 중·단편은 그를 70년대학번 문학청년들의 우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은씨는 『한국일보에 연재된 황선배의 「장길산」을 읽고 도저히 그런 작품을 쓸 수 없을 것같은 절망감에 한때 작가의 꿈을 포기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일단 출옥후 서울 연희동집을 떠나 경기도에 자리를 잡고 집필에 생애를 걸겠다고 토로해왔다. 젊어서는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독일등 가는 곳마다 문화운동의 불씨를 지폈던 분방한 성격의 황씨지만 이제는 한 곳에 정착해 집필에 전념할 생각이라는 것. 그의 출옥에 대비해 몇몇 출판사가 신작출간을 꾀하는등 물밑 작업을 해왔지만 당장 출간될 작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작품을 던져놓기보다 어느 정도 스스로를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은씨는 『황씨에게 고전 읽기와 마음을 차분히 정리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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