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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신임 감사원장서리(한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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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신임 감사원장서리(한국 인터뷰)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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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의한 굴절감사는 없을것”/개혁 뒷받침에 감사역량 결집/과거국정 잘못·의혹 규명 중요□대담=조재용 정치부차장

 3일 김대중 정부의 초대 감사원 수장으로 취임한 한승헌 감사원장서리. 해맑은 얼굴에 온유한 성품의 그가 새 정부의 국가최고 감사기관을 지휘하며 개혁의 중추역할을 맡게 된다. 한 감사원장서리는 투옥과 변호사직 박탈 등 역경의 인생을 살아 온 재야변호사로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민주화운동의 대명사이다. 그만큼 그에게는 모진 시련을 꼿꼿하게 견뎌낼 만한 강직함과 소신이 깊이 간직돼 있다. 그가 이끌 감사원에 쏠리는 관심은 그래서 각별하다. 한 서리는 2일 저녁 인터뷰에 응한 자리에서 『언론의 조각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김대통령으로부터는 아무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65년 검사직을 떠난뒤 첫 공직 취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감회가 있으신지요.

 『감사원장은 내 삶의 커리큘럼에 없는 뜻밖의 과정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내정사실이 공론화하고 나서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는 것이 공인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능력과 분수를 넘는 자리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시 8회 동기중 가장 늦게 빛을 보았다는 얘기들도 있는데요. (고시 사법과 8회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 배명인 전 안기부장 등 주요 고위직이 다수 배출됐다)

 『동기생중에는 장관 안기부장 감사원장을 지낸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법조계내에서 자기 직분을 다하는 「장」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동안 법조계내에서 나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에서 감사원은 왜 중요하다고 설명하시겠습니까.

 『헌정사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로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여는 과정에서 국가 최고 감사기구인 감사원이 갖는 막중한 책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가기강을 확립해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을 뒷받침하기위해 감사역량을 결집해야 합니다. 특히 감사원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부당간섭및 외풍 배제, 성역없는 감사,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감사를 지향할 것입니다.감사는 근본적이고도 심층적인 국정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국정에서 국민의혹을 샀거나 잘못됐던 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감사권의 발동은 더할나위없이 중요합니다』

 ­불가피하게 전임정부의 실정을 다루게 될 수가 있겠군요.

『감사란 지난 일을 다루는 행위여서 그점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동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은 청문회 또는 수사로 드러난 비리가 권력의 핵심 또는 그 주변과 연관되어 있어 수사권 및 감사권 발동에 제약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감사원이 공무원 개인비리를 캐는 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부정의 질이나 해독에 있어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권력형 비리를 캐는데 감사권 행사의 명맥이 달려 있습니다』

 ­감사원장 취임후 추진하실 첫 일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습니까.

 『감사원 직제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부서의 통폐합을 단행하고 대형국책사업을 상시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내부기구를 설치할 것입니다. 또 상위직급을 줄이고 중하위직급을 늘여 현장에 투입할 감사인력을 확보할 것입니다. 직급도 조정할 생각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요청한 외환위기 특감 등을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별한 복안이 있습니까.

 『인수위가 요청한 사항은 현 단계에서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외환위기특감의 경우 과거 경제정책 책임자에 대한 조사를 이미 마쳤습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처방을 제시하는게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특감기간을 1주일 연장했습니다. 또 현장감사후 감사위원회의 심의 결과 발표도 최대한 단축시켜 하루빨리 공개할 계획입니다』

 ­문민정부도 정권초에는 「성역없는 감사」를 내걸었는데 전임정권의 감사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사실 전임정부 감사원의 구체적인 활동 실적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일반 시민의 입장으로서 말한다면 어느 정권이나 출범초에는 엄정한 감사와 성역없는 감사를 내걸지만 차츰 명분과 현실은 괴리됐고, 이에따라 국민의 신뢰도 잃어갔습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직무상 독립성을 지닌 기관입니다. 외압과 간섭에 굴절되지 않는 감사가 이루어지도록 실천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회계감사에서는 감사원에 계좌추적권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직무감찰시 계좌추적이 확보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파악한 뒤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이 분리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 감사활동에서는 동시에 이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의 수장으로서 감사원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입니까.

 『인사가 중요합니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정착시킬 것입니다. 또 직무상으로는 직원들에게 엄정한 자세를 요구할 것입니다. 청렴도에 금이 가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조치를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연장자로서 감사원 식구들을 인간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엄격함과 온유함을 병행하고 싶습니다』

 ­새정부의 100대 과제를 감사를 통해 점검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적이 있으시지요.

 『정책수행의 현실적 문제, 정책의 실행효과를 측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행정부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이를 점검할 수 있겠지만 점검결과가 희석되고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토록 하기 위해 감사원을 대통령직속기관으로 두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감사원이 정책과제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만 65세가 되는 내년 9월 28일 감사원을 떠나게되는데요.

 『재임기간의 길고 짧음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임기가 짧다는 이유로 할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년 9월까지라는 시간은 원장으로서 올바른 일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입니다. 내년 9월까지 이룩하지 못할 일이라면 4년동안에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권의 전반부는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소신을 가지고 할 일을 하겠습니다』

 ­변호사직을 박탈당하고 옥고를 치르는 등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인생역정을 어떻게 정리하시겠습니까. 

 『재야변호사로서 평탄하지 않은 역정이었습니다.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뛰어들기도 하면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 고민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소의 수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스스로의 용기나 신념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주변 상황을 비켜서 있지 못했던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토정비결이 그런 인생을 살도록 한 것이겠지요(웃음)』

 ­대통령과의 인연은 언제로 거슬러 올라갑니까.

 『71년 대선당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때가 74년이었지요. 이후 대통령과의 인연은 사적이기 보다는 공적인 상황속에서 상대방을 잘 알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만 대통령과 잘 아는 관계가 이를 흐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정전반은 대통령에게 귀일되고 대통령은 국정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을 규정한 입법 취지는 대통령에게 감사업무 수행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대통령은 부당한 지시를 내릴 분이 아닙니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나와 대통령과의 인연은 감사원의 독립적 지위확보에 마이너스 요인이 아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합니다』<정리=이영섭 기자>

□약력

▲34년 9월29일 전북 진안 출생

▲전주고·전북대 법정대 졸

▲고시사법과 8회(57년)

▲군법무관 부산지검 서울지검 검사(57∼65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75년∼현재)

▲변호사직 박탈(75∼83년)

▲한국저작권연구소장(76년∼현재)

▲국제엠네스티 한국위 전무 이사(79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80년)

▲「저작권의 법제의 실무」 「위장시대의 증언」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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