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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열린 북 항로/박정태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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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열린 북 항로/박정태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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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의 날씨는 아주 맑고 좋습니다. 기온은 미누스(영하) 1도입니다』 3일 상오 8시53분. 대한항공의 보잉 747­400F 화물기가 우리나라 민항기로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북한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첫 교신을 보내온 평양 항공교통관제소의 관제사도 목소리가 떨렸다.

 동료조종사 3명과 함께 이날 앵커리지발 서울행 KAL화물기를 조종한 남방원 기장은  비행시간 1만시간이 넘는 베테랑. 『앵커리지공항을 출발한 이후 비행 내내 긴장감을 풀 수 없었다』는 남씨는 『평양관제소측이 우리말로 「남측 비행기가 우리의 관제구역을 통과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교신해온 뒤에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고 털어 놓았다.

 이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비행정보구역(FIR)에서 평양 FIR로 진입한 KAL 화물기는 고도 1만1,600m와 시속 900㎞의 속도를 유지하며 300㎞에 이르는 북한 영공내 직선항로를 순항, 상오 9시17분께 무사히 우리측 FIR로 들어왔다.

 반세기동안 굳게 닫혀있던 북한 영공은 이렇게 24분간의 짧은 비행으로 활짝 열렸다. 이날 화물기의 시험비행에 이어 다음달 23일부터는 하루 열차례 이상씩 수백명의 승객을 실은 여객기가 북한 영공을 통과하게 된다.

 이로써 북미노선을 취항하는 우리측 항공기의 승객은 거리단축으로 20∼50분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고 항공사 역시 한 해 수천만달러의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북한측도 한해 200만달러의 관제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직선항로를 놓아두고 수십년간 우회항로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 새삼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는 조종사 남씨는 『아직도 남북 사이에 굽은채 남아있는 것이 어디 항로뿐이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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