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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작가 유미리 최신작 ‘타일’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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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작가 유미리 최신작 ‘타일’ 펴내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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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성… 소외된 삶… ‘생의 근거’는 무엇인가 유미리(30)가 작가적 귀기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의 최신작 「타일」(민음사 발행)은 일본의 노벨문학상이라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젊은 재일동포 여자작가라는 풍문에만 들려 있던 그의 문학적 역량을 확인시켜 주는 소설로 읽힌다. 『쓰고 싶은 것,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뭐가 있다면, 만약 그런 것을 갖고 있다면 작가가 되기 전에 자살했겠죠』라는 「타일」속 주인공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는 「타일」에서 작가로서의 한 극한을 추구해본듯하다.

 「타일」에서 유미리가 보여주는 스토리, 삶과 세계에 대한 비극적 인식, 그 전개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단문 위주의 냉정한 문장은 자전적 요소가 강했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족시네마」나 「풀하우스」와 여실히 대비된다.

 「타일」의 주인공은 『정욕이 사라져도 여전히 사람을 살게 하는 에너지,생의 근거에 관해 누가 대답해줄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성불능의 한 「남자」다. 그는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받고 욕실만 달랑 달린 원 룸에 입주한다. 거기서 그가 찾은 「생의 근거」는 원 룸 전체를 타일로 도배하는 것이다. 그냥 타일이 아니고 기원전 333년 알렉산드로스대왕과 페르시아왕 다리우스3세의 전투를 그린 고대 모자이크화 「이수스의 전투」를 타일로 붙이는 것. 원 룸의 주인인 에모토는 관음증에 빠져 입주자의 생활을 훔쳐보고 듣는 것이 생의 근거인 늙은이다. 백치인 듯한 소녀 「사이코」와 주간지 연재소설 작가 나쓰우미가 이들 사이에 개입하는 인물이다. 「남자」는 역시 성불능으로 묘사되는 나쓰우미의 소설주인공을 자기와 동일시한다. 에모토는 「남자」에게 「타일 이외의 욕망」을 묻고,「남자」는 나쓰우미를 만나는 것이라 답한다. 만나서 「남자」는 나쓰우미에게 소설의 결말 집필을 요구하고 에모토와 함께 그녀를 죽여 타일 속에 묻어버린다….

 할리우드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줄거리같다. 하지만 문학이 영화와 다른 것은 독자에게 사고의 시간을 주는 것. 유미리는 「상상력이야말로 생명의 근원이다, 성이야말로 상상력 그 자체다」「분출할 수 없다면 끝장이다」같은 선언적 표현으로 독자들의 내성을 건드리며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의 솜씨를 구사한다. 역자의 말처럼 「카오스의 덩어리」같다.

 「타일」은 지난해 말 발표돼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 유미리는 나쓰우미를 통해 작가로서의 자신의 태도도 군데군데 드러내 보인다. 「이 세상에 작가만큼 음습한 권력을 휘두르는 인종은 없다. 작가는 정치가와 연예인을 더하여 둘로 나눈 탤런트」라고 자조하면서도 그는 토로한다. 『토해요,그게 쓰는 겁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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