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서 TV로 몸싸움 지켜봐 새 정부의 초대국무총리 임명동의 문제가 판가름난 2일. 당사자인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무척이나 긴 하루를 보냈다. 지난달 23일 총리 지명 당시와만 비교해도 엄청난 난산의 기간이었다.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이겨온 그였지만 여야가 긴장된 결전을 벌인 와중에 완전히 초연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지명자는 이날 하오 자신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상정된 국회본회의장에서 여야간 몸싸움의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의원회관에 머물며 TV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지명자는 당초 『당사자가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어색하다』면서 국회 표결에 불참할 뜻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는 하오 1시께 의원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본회의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상적으로 표결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렸다. 한나라당의 변칙투표로 유회될 경우에는 참석하지 않고, 표결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한표를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TV를 통해 투표중단의 파란이 실제상황으로 나타나는 동안 만감어린 심경인 듯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한 측근은 『오늘 내내 심경의 변화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며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시며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려는 자세였다』고 전했다. 김지명자는 이날 측근들에게 자신의 처세학 단골메뉴인 「상선여수」라는 말로 최후의 승부를 앞둔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고 한다. 상선여수란 「가장 좋은 것은 물흐르듯 순리에 따른다」는 뜻으로, 37년간의 정치역정을 달려오면서 몸소 체득한 좌우명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명자는 상오 10시께 신당동 자택에서 구천서 수석부총무로부터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받고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다고 한다. 구부총무는 『의총에 42명 전원이 참석했습니다. 분위기가 좋습니다』고 전했고 『이에 응답하는 김지명자의 목소리가 무척 맑게 들렸다』고 말했다. 그를 20여년간 수행해온 최인관 비서실차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했으며 예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김용환 부총재와 이양희 의원 등은 『신당동 자택에서 김명예총재와 점심을 함께 하며 2시간30분정도 머물렀지만 총리임명동의 문제는 일절 꺼내지 않았으며 일상적인 말씀만 하시더라』고 말했다.
김지명자는 총리임명동의 문제가 꼬여가던 지난달 28일, 『국회 표결에서 민주적으로 무기명비밀투표가 이뤄질 경우 결과에 관계없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때를 기다렸다. 부도옹 JP의 두번째 재상복귀 과정은 참으로 길고도 험난한 길이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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