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은행 책임추궁 강조/조직적인 개혁역풍 우려속 “가이드라인 제시부족” 자성도 국민회의가 「개혁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2일 열린 국민회의 간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이뤄진 은행장 인선을 문제삼아 집중적인 성토를 벌였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상황을 막지 못한 데에는 관치금융, 부실경영 등으로 금융대란을 자초한 은행들의 책임도 막중하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정서로 지적됐다. 하지만 잇따른 주주총회 결과, 은행 부실경영의 책임자들 대부분이 그대로 자리를 보존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는 게 문제제기의 발단이었다.
또 이같은 사태는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음을 천명한 김대중 대통령의 「자율 원칙」을 빌미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부각됐다.
문제제기는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이 시중의 논란및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형태로 시작됐으나 곧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전반의 개혁조치가 조직적 「역풍」을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발전했다.
임채정 정세분석실장은 『IMF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기득권 세력들이 반성은 커녕 자기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사기업 또는 공공기관, 그리고 정치권에도 이러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임실장은 나아가 기득권 세력의 행태를 4단계로 분류한뒤 기득권층은 이미 살아남기 위한 3단계를 거쳐 4단계, 즉 경쟁적 위치에 있는 개혁적 인사를 음해모략하는 「준동」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근태 부총재는 『이런 상태에서 은행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대기업 개혁을 이루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 『불개입을 통한 자율을 강조한 나머지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에 대한 가이드 라인 제시가 부족했다』며 자성론을 펴기도 했다. 김부총재는 이어 이같은 상황이 새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종찬 부총재도 『인사 불개입 공문을 은행에 보내는 과정에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와 책임자에 대한 단서조항이 빠진 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가이드 라인」제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안동선 부총재는 『정권초기부터 강력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정책으로 가야한다』며 보다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회의에서는 김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을 위해 당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론도 팽배했다. 청와대에서 이미 문제제기가 이뤄진 은행장 인선에 대해 당이 「뒷북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당이 김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담보하는 「정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태성 기자>고태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