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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10분만에 “몸싸움 공방”/「총리인준」 무산 국회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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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10분만에 “몸싸움 공방”/「총리인준」 무산 국회 표정

입력
199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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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백지투표는 안된다” 저지/야 “왜 투표막느냐” 강력 항의/정회… 재개… 단상점거… 얼룩진 “민의 전당” 김종필 총리임명 동의안을 처리하려던 2일 하오의 국회 본회의는 예상대로 여야가 몸싸움과 삿대질, 욕설과 고함을 주고받는 난장판을 연출한 끝에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투표 속개와 정회 및 재투표 요구가 난삽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회의는 내내 갈짓자 걸음을 걸었고, 의원들은 멱살잡이까지 마다않는 치열한 백병전을 벌였다.

 ○…JP총리 임명동의 투표는 시작 10분여만에 첫 파행을 맞았다. 김문수(한나라당) 의원이 기표소 근처에서 소속 의원들의 투표양태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감표위원으로 지정된 박광태(국민회의) 의원이 김의원을 제지하고 나서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양측간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박광태 의원은 하오 3시45분에 시작된 투표가 10분가량 진행됐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표를 하지 않고 그냥 나온다』고 고함쳤다. 이에 김옥두 남궁진(이상 국민회의)의원 등이 재빠르게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은 김수한 국회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즉각 투표중단 지시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서청원 이재오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단상으로 몰려나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투표를 왜 막느냐』고 고함치며 김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단상주위에서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를 계속하자 감표위원으로 선정된 한영애(국민회의)의원이 『백지투표하면 안돼』 『표 못 집어 넣어』라며 아예 투표함을 깔고 앉아 실력저지에 들어갔다. 이에 백승홍(한나라당)의원이 「부」라고 쓴 자신의 투표지를 펼쳐 보이며 『뭐가 백지투표란 말이냐』고 맞고함을 쳤다. 이 사이 이원범(자민련)의원은 투표할 의원들을 호명하던 의사국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려 호명을 중단시켰으며, 구천서(자민련)의원 등은 기표소 앞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몸으로 저지,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야의 육탄충돌이 계속되자 김국회의장은 각당의 총무단을 단상앞으로 불러냈다. 김의장은 한나라당 김호일 수석부총무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투표진행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원들은 『왜 적법한 투표를 가로막느냐』 『명패를 달란 말이야』라고 고함치며 투표진행을 요구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자 결국 김의장은 하오 4시7분께 197명이 투표를 끝낸 상태에서 정회를 선언했다. 김의장은 하오 4시35분 투표재개를 선언했으나, 자민련과 국민회의 의원들이 의사국장을 다시 밀어내고 단상주변을 재점거하는 바람에 투표는 또 중단됐다. 이 와중에서도 4명의 의원이 추가로 투표, 총 투표자수는 201명으로 늘어났다. 투표자는 한나라 155, 국민회의 40, 국민신당및 무소속 6명 등으로 파악됐으며 자민련 의원들은 투표저지에 집중투입된 탓인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회를, 한나라당은 투표계속을 각기 요구하며 밤늦게까지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거동이 불편한 최형우 의원을 빼곤 모두(160명) 본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투표 불참자는 6명이었는데, 최의원과 김국회의장, 본회의장에 뒤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투표를 저지당한 이홍구 의원은 비자발적 불참자였고, 김종호 박세직 이신행 의원은 자발적 불참자였다. 임명동의 당사자인 김종필 총리지명자는 끝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투표가 진행되지 못하자 김의장은 하오 10시 의장실에서 3당총무회담을 소집, 절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김의장은 하오 10시40분께 본회의장으로 내려와 『밤 11시까지 투표를 종료하라』며 이후 투표중단이 계속되면 투표종료를 선언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단상으로 몰려나와 김의장을 에워싼 채 『명백한 공개투표인데 의사진행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불법투표를 했는데 투표를 끝내자는 것이냐』고 다그쳤고, 이에 김의장은 오세응 부의장에게 의사봉을 넘긴 채 자리를 피했다.<홍희곤·고태성·김광덕 기자>

◎곤혹스런 김 의장/여 항의… 친정 야도 항의… “나는 어떡하라고”

 2일 국회본회의에서 의사봉을 잡은 김수한 국회의장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곤혹스러웠다. 소속은 한나라당이지만 총리임명동의를 둘러싼 여야의 정면대결속에서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투표가 진행되다 중단된 상황에서 김의장은 여야 양측으로부터 상반된 주문을 받고, 밤늦게까지 투표의 위법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김의장은 본회의에서 여야의원 4명에게 5분 발언기회를 준뒤 하오 3시45분께 동의안에 대한 표결개시를 선언했다. 그러나 투표가 시작되자 마자 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백지투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료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김의장은 이에 『국민들이 TV를 통해 투표장면을 지켜보고 있다』며 질서유지를 거듭 촉구했으나 소란이 멈추지 않자 하오 4시7분께 『이런 상황에서 투표가 어렵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총무단은 의장에게 『정상적 투표를 왜 가로막느냐』며 『어느나라 국회의장이냐』라고 격렬히 항의했다. 의장은 이에 하오 4시35분께 투표 재개를 선언했으나 이번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이 『이런 상황에서 투표를 할 수 없다』고 투표를 계속 저지했다. 김의장은 『여야가 상반된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의장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말을 되풀이할뿐 역부족이었다.<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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