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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재산 자료원’ 만들자/안영섭 명지대 교수(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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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재산 자료원’ 만들자/안영섭 명지대 교수(아침을 열며)

입력
199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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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치개혁을 강조하면서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돼야 부정부패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이라는 목표는 선명하나 이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한 참여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이 기회에 정치개혁을 포함하여 공직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데 전제돼야할 몇가지 기본원칙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째,철학적 지표가 설정돼야 한다. 일례로 플라톤이 세상을 떠난지 2,345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국가론」은 동서를 막론하고 국가지도층의 규범이 돼야할 보편적 원칙으로 간주되고 있다. 플라톤은 인재다운 인재들이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충원되면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라톤의 이른바 「국가수호집단」에 속할 인재는 35세까지 학예와 체력을 닦고 이어 50세까지 15년간은 실무경험을 쌓아 이론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공공복리를 위해 헌신하려는 강한 의지로 무장해야 하며 사유재산을 가질 수 없고 최저급료로 살아야한다. 지도층은 개별적으로 가족을 거느려서는 안되며 식사도 함께 해야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상은 공익봉사에서 얻는 자족감뿐이다. 이렇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자격을 갖춘 인재집단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지만 개혁이 추구해야할 철학적 지표는 명백해진다.

 둘째,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인재집단이 사실상 없음을 냉정히 인정해야한다. 개혁돼야할 대상자가 개혁의 칼자루를 쥐면 처음부터 국민들의 냉소에 부딪치게 된다.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골프여행에다 최고급 양주를 사들이고 국난을 맞아도 세비인상을 궁리한다.

 작은 바위가 산더미같은 파도를 밀어낸다. 기본이 단단히 다져진 인재들로 국가지도층이 구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그럴듯한 법과 제도를 갖추어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최근 재계에서 요구하는 중·대선거구제, 의원수 감소, 선거자금 실명제, 로비 합법화, 후원금 상한선 인하 등을 다 수용해도 허점과 성역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셋째,전문능력자 가운데 특히 재산형성기록이 깨끗한 사람으로 인재자격을 단순화해야 개혁이 기능적으로 가능하다. 돈문제에 깨끗하면 공익에 대한 헌신성도 갖추게 된다.

 넷째,대통령이 창도하되 민간부문이 개혁업무를 맡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분업체제 수립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은 아무리 현명해도 직책 자체가 인의 장막을 만들어낸다. 정치권은 기득이권 등에 얽매여 자체개혁을 이룰 수 없다. 기존의 공직자윤리위보다 더 민주적이면서도 광범하며 철저하고 공개적인 공직사회개혁기구가 필요하다. 이 기구를 가칭 「공인 재산자료원」이라 부르자. 「감독원」같은 위압적인 표현은 좋지 않을 것 같다. 이 기구의 조직과 기능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여기서 불가능하지만 몇가지 핵심사항을 예시해 볼 수는 있겠다.

 모든 공직자와 향후 공직에 진출하려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이 기구에 재산을 등록하고 공정한 조사와 감독을 받는데 동의한다. 등록자 명부는 공직인사자료로 활용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자유선택과 사유재산보호를 존중해 어떤 이유로든 등록하지 않는 사람도 다른 사회분야에서 일하는데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한다.

 조직은 일례로 미국 대학의 운영수임위원회(Board Of Regents)와 같이 덕망있는 사회인사로 구성된 대통령 민간자문기구로 한다. 민간 옴부즈맨을 두고 정보기관의 협조도 받을 수 있게한다. 정당한 재산증식은 무제한 보호하되 재산상태와 변동 그리고 이와 관련된 소명까지도 완전한 투명성과 공개성을 유지하게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차세대 지도자 육성을 중시하여 과거사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최대한 관용을 베푼다. 한국사회의 총체적 비리구조는 부패를 앞장서서 조장한 부류와 이들이 만든 비정상적 규칙들을 자구책으로 부득이 수용한 부류로 이원화돼있다. 특히 후자에게는 관용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검찰총장 탄핵론까지 제기된 비자금수사 문제로 정치권은 어수선하다. 김대통령도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기존 현실정치의 틀을 혁파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온갖 간난신고를 극복하고 막판에 극적인 「반집승」을 거둬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기자신을 던져 정치생애의 대미를 성공적으로 장식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점이 국가적으로 다행한 부분이다. 김대통령이 살신성인의 철학으로 개혁과업에 임해 주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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