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용 아닌 어엿한 작품대접/최종태씨 등 전시회 줄이어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드로잉의 위상에 변화가 생겼다. 관념미술, 설치미술에 지친 작가들은 이제 회화의 기본, 드로잉에 주목하고 있다. 종이에 그린 「연습용」 정도로만 치부돼온 드로잉이 어엿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하모니즘」의 원로작가 김흥수씨는 요즘 누드 드로잉에 몰두하고 있다. 9월중 드로잉전을 위해 팔순의 그는 최근 여성 누드 모델을 섭외, 작업실에서 누드 데생에 한창이다.
조각가 최종태씨가 파스텔이나 물감 드로잉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10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의 드로잉전에 이어 하반기에는 파스텔 드로잉으로 또 개인전을 가질 생각이다.
광주에 터를 잡고 있는 오승윤씨도 요즘 드로잉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지난 해 프랑스 작가 본네프와 파리서 가진 전시를 프랑스 미술잡지 「보자르」는 격찬했다. 오씨는 18일부터 광주전에 이어 10월 파리 드루앙화랑 초대전에도 드로잉을 가져갈 생각이다.
드로잉을 그리는 이유는 한결같다. 『설명이 필요없다. 드로잉은 작가 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이 전통적인 드로잉의 매력에 빠져 있다면 젊은 작가들은 드로잉의 새 가능성에 주목한다. 즉흥성, 신속성이라는 드로잉의 특징이 자유로운 사고와 거침없는 표현방식에 적합하고 상품성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예술적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이다. 10일부터 4월19일까지 환기미술관이 여는 「드로잉의 재발견」전에 출품한 엄정순씨는 목탄, 유화스틱, 재(회)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 추상적 드로잉을 선보인다. 강미선 박병춘 안현주 유근택 정현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 역시 추상적, 미니멀, 기하학등 여러 형태의 드로잉을 선보인다. 9월8일∼10월18일 계획된 프랑스 현대드로잉전은 알레친스키, 마타, 드뷔페, 모를레등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을 선보이고, 드로잉미학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연다. 10월13∼11월29일 김환기데생전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런 열기에 비해 시장규모가 지극히 작아 드로잉열기가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외국의 경우 드로잉은 대개 유화의 3분의 1 가격으로 매매되고 있으나 우리 시장에서 드로잉은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등 일부 작고 작가를 제외하고는 유화의 10분의 1 수준, 혹은 판화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드로잉 붐이 일기 위해서는 작가의 의욕을 뒷받침하는 화랑의 본격마케팅이 필요하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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