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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미터기 검증없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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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미터기 검증없이 달린다

입력
1998.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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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상후 전체 7만대중 5만4천대나/“너무 많이 나온다” 잇단 요금 시비 서울시내 일부 택시들이 공인기관의 검증을 받지않은 미터기를 부착, 부당한 요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택시들이 미검증 미터기를 부착하고 운행하는 이유는 서울시가 7만여대의 택시를 단 2곳뿐인 시산하 검사기관에서만 검사를 받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 요금인상이후 서울시내에는 검증받지 않은 미터기를 부착한 택시가 5만여대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원 이모(34)씨는 지난달 24일 하오 중구 순화동 직장에서 서초구 잠원동 집까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잠원동에 도착했을 때 미터기에 표시된 요금이 오르기 전의 2배나 되는 8천원이었다. 이씨는 운전사와 실랑이를 하다 택시를 돌려 온길을 다시 타고 가봤으나 요금은 똑같이 8천원이 나왔다. 운전사는 미터기에 이상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요금을 환불해 줬다. 이 택시는 지난달 택시요금인상에 따라 미터기를 민간업체에 의뢰해 교체했으나 검증은 받지않고 사용해 왔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택시미터기는 기계검사를 한뒤 자동차에 부착, 실제로 운행하면서 이상유무를 확인한 뒤 사용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주행검사기관은 서울시공업시험소의 검사장 두 곳 뿐이다. 요금인상으로 교체된 미터기는 4월1일까지 이곳에서 모든 검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1일 택시업체와 미터기수리업체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행하는 7만여대의 택시중 90%가 미터기를 인상요율에 따라 교체했지만 주행검사까지 마친 경우는 전체의 12%인 8천4백여대에 불과하다. 5만4천여대가 검증도 받지 않은 미터기를 부착하고 운행하고 있다.

 택시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견표로 요금을 받을 경우 요금시비가 생기고 수입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택시회사들이 미터기를 서둘러 교체한다』며『그러나 두 곳의 검사장만으로는 하루 평균 2천여대 밖에 검증할 수 없어 7만여대를 모두 검사하는데 소요되는 40여일동안에는 검증받지 않은 미터기를 부착한 택시의 운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교통관련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미터기수리업체 등 민간업체에 검증권한을 넘기고 감독을 하는 방법으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며 『이 방법을 이용할 경우 서울시내 모든 택시 미터기의 검증을 일주일이내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독 서울시만 산하기관인 공업시험소에서 검증을 받도록 고집, 시민과 택시업체 모두에게 불이익과 불편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미터기의 불량률은 약 7%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며 『산하에 공신력있는 공업시험소가 있기 때문에 민간업체에 검증권을 넘기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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